노 대통령 "말 받아쓰면 그대로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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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 "어머니가 험담 안 듣게 더 조심하고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하인스 워드가 선물한 미식축구공을 던져보고 있다. 이 공에는 'To President Rho Moohyun, Go Steelers, I ♥ Korea'라는 워드의 자필이 적혀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워드, 어머니 김영희씨와 오찬을 함께했다. [연합뉴스]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한국계 선수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가 4일 청와대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한국을 찾은 하인스 워드와 어머니 김영희씨가 4일 노무현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오찬을 함께했다. 우리 고유의 한드미 막걸리를 곁들인 한식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많은 사람에게 꿈을 주는 영웅이 돼서 돌아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워드는 "한국이 매우 아름답다"며 "어릴 적에 한국이나 한국 문화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 적도 있는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은 아주 훌륭한 문화를 갖고 있다"며 "지금 정말 후회되는 것은 내가 이전에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것이며, 앞으로는 어머니와 한국말로만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드는 "한국에 온 목적은 한국의 유산에 대해 배우려는 것"이라며 "한국의 혼혈 아동에 대해 어떤 영감을 줄 수 있고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키워줄 수 있다면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혼혈 아동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오찬 내내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냈다. 워드는 "어머니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며 "일이 안 풀릴 때면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도 할 수 있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며 매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험담 듣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더 조심했고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또 "어머니를 보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며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해드리고 싶었고 내가 인정받으면 사람들은 그 이면에 어머니의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말하는 것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교과서"라며 "나중에 (워드가)은퇴하면 내가 그때 대통령은 아니겠지만 효자상을 줘야겠다"고 했다. 워드는 이날 "공부가 운동보다 더 어렵지만 나는 어려운 것을 더 즐긴다"며 "지금도 건물 임대업, 부동산과 관련된 내용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드가 젓가락을 능숙하게 쓰자 노 대통령이 "집에서도 평소 한식을 많이 먹느냐"고 물었고, 김영희씨는 "수제비를 많이 먹고 아주 좋아한다"고 답했다. 워드가 "대통령도 햄버거를 즐겨 먹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쌀밥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좋은 식품이라 세 끼 모두 밥만 먹는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말미에 "과연 워드가 한국에서도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며 "한국에서도 그처럼 훌륭하게 성공할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워드는 노 대통령에게 수퍼보울 챔피언 기념모자, MVP와 86번이라고 쓰인 유니폼 상의, 미식축구 공을 선물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워드 모자에게 무궁화 문양의 다기세트를 선물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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