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구려 고분, 남북 함께 조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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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영총 투시도(上)와 벽화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대규모 과학적 조사가 처음 실시된다. 문화재청은 1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평양과 평안남도 남포시 등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의 과학적 연구와 보존 조치를 위해 남북한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태조사를 한다고 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의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문화재청과 북한 문화보존지도국이 지원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 전문가와 관계학자 20여 명이 조사단에 참여한다. 비슷한 규모의 북한 측 연구자도 참여한다.

조사 대상은 동명왕릉.진파리 1호분(평양시 소재), 강서대묘.덕흥리 고분(남포시 소재) 등 벽화고분 10기. 대부분 5~7세기에 조성된 것들이다. 특히 진파리 4호분.호남리 사신총(평양), 용강대총.쌍영총(남포시) 등 4기는 한국학자에게 처음 공개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은 총 63기. 이 중 벽화고분은 16기다.

문화재연구소 김용한 보존과학실장은 "고구려 벽화는 지금까지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됐으며 한국의 보존과학 전문가가 북한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며 "미생물.환경 피해, 안료 분석, 벽화 상태 진단 등 각계 전문가들이 고구려 벽화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의 생활.종교.과학.놀이.예술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재다. 20일 평양에서 열릴 조사 착수 기념식에는 강만길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김석환 북한 문화보존국지도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용한 실장은 "시간이 충분하진 않지만 고구려 벽화와 관련된 기초 자료를 수집해 체계적 보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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