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전 … 금융업 12월 결산법인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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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파트장은 "국내 산업을 주도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업종과 자동차의 설비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돼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는 만큼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그러나 "기업 실적이 투자나 고용 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제조업 울고, 금융업 웃고=전체적으로 매출은 전년에 비해 조금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고유가와 원화 강세 탓이다.제조업체의 '경영 실력'과 직결되는 영업이익은 2004년(55조9634억원)보다 17.45%나 줄어 경상이익(-15.2%)이나 순익(-10.4%) 감소 폭보다 컸다. 반도체.가전 등 전기전자업종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37.74%를 기록했다. 운수장비(-37.37%),전기.가스(27.95%),화학(-17.14%)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코스닥 제조업체도 수익성이 나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액은 5% 불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줄어든 3조2000억원에 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김상표 박사는 "고유가나 원화 강세뿐 아니라 인건비나 부대비용 급증 등 아직 남아있는 비효율적인 경영이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반면 은행들의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금융업종은 당기 순익이 전년 대비 453%나 늘어난 4조8066억원을 기록했다. 주로 부실 자산 축소와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주가가 급등한 보유주식을 팔아 벌어들인 이익 등에 힘입은 것이다. 코스닥의 금융업체들도 벤처 활성화 대책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매출이 17% 늘었고 적자 폭도 줄었다.

◆기업 '실속'은 늘었다=2004년에 비해 부진했지만 전체적으론 괜찮은 성적이다. 무엇보다 업종 간 양극화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수출은 다소 부진했지만 내수회복과 업황 호전 등에 힙입어 여타 업종들의 실적이 골고루 개선된 덕이다.

전체 18개 업종 중 비금속광물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섬유의복.건설 등 10개 업종의 순익은 2004년보다 더 불어났다.

또 수익 경영 기조도 정착되고 있다. 거래소 대상기업 534개 가운데 흑자를 낸 기업 비율은 전년도 보다 2.2%포인트 늘어난 84.3%(450개사)에 달했다. 기업의 재무 상태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6.2%포인트가 줄어든 85.9%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자금의 내부 유보율은 2004년 474.1%에서 85.2%나 늘어난 559.3%까지 불어났다.

◆실적 특이 기업=거래소 시장에선 52개 기업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4년 816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LG카드는 지난해 1조3630억원 흑자를 낸 우량 회사로 탈바꿈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코오롱건설도 각각 742억, 727억원의 흑자를 내 전년도의 실적 부진을 만회했다. 반면 팬택앤큐리텔(순손실 1283억원),쌍용차(1033억원),한국전기초자(787억원),동원(767억원)등 44개 회사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밖에 동원시스템즈의 영업이익이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8%나 늘어 증가율 1위에 올랐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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