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철주 작가, 동덕여대에 미술품 100여점 기증

중앙일보

입력

일초 이철주(1941-)작가는 지필묵이 선사하는 다양한 시각 언어를 폭 넓게 섭렵하여 자신만의 해법을 개척한 대표적인 한국화가다. 그의 독특한 조형성과 창작관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되는 ‘꽃보다 아름다워라’(2018. 4. 25-5. 8)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시 타이틀인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그가 줄곧 추구하는 새까만 ‘먹그림’이 화려한 꽃보다 찬연하고 눈부시다는 주술적 되뇜이자, 동양화에 대한 숭고한 헌사다.

4월 25일부터 동덕아트갤러리서 초대전

이번 전시에서 이철주 작가는 큰 화면에 담묵과 농묵의 획과 점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같은 크기로 잘라 언어 고유의 의미망을 깨뜨린 다음, 유닛의 위치를 바꾸어 다시 조합하는 문자 추상 30여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파자(破字)의 문구로 ‘꽃보다 아름다워라’를 사용해 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시인 박인환(朴寅煥, 1926-1956)이 지은 ‘세월’의 시구인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를 도입했다. 어긋난 퍼즐처럼 셀이 재조합되면서 획의 연속성과 질서가 깨졌지만, 이 과정에서 생성된 제3의 문자들은 문맥이 전혀 다른 심상(心像)의 언어로 발화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작가는 먹이 간직한 정신성, 오색을 함축한 현색(玄色)의 의미망에 앞서, 먹이라는 질료의 성질과 이것이 파생하는 다양한 시각적 효과에 집중했다. 그의 붓질은 언제나 견고하고 대담하며, 한지 위의 먹빛은 오묘하고 풍부하다. 작품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도 그는 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정사각형 작품을 45도 회전하여 마름모 형태로 설치하거나 정육면체의 큐빅을 만들어 천장에 매달아, 평면 진열에서 벗어나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천장에 매달린 정육면체 큐빅은 독립된 개체이자 여타 작품을 입체적으로 아우르는 일획의 유닛이다.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잘라내고 떼고 붙이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창출한, 끊임없는 노동의 결실이다. 보이지 않은 작가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무르녹아 있는 창작물인 셈이다. 이렇듯 삼라만상을 함축한 현색(玄色)이 창출하는 수묵 추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은 작가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획’이라는 동양 전통의 방법론과 양식이 21세기 회화의 뛰어난 요소로 재해석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한국화다.

이철주 작가는 이번 초대전과 함께 50년 화업의 결과물을 시대별로 정리한 100여점의 작품을 동덕여자대학교 미술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이작가는 “이번 기증은 한때 재직하였던 동덕여자대학교 제자들에게 본인의 작품이 좋은 자료로 전시되고, 영구보존 될 수 있는 방식을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증 작품은 작가의 모든 작품 경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청년, 중년 그리고 현재의 작업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작가의 모든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에스키스나 수필, 메모와 미술도구 등이 함께 기증된다.

동덕여자대학교 이승철 박물관장은 “이번 기증을 통해 동덕여자대학교 미술관이 더욱 다양하고 소중한 예술작품을 보존 전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동덕여자대학교는 앞으로 더 나은 관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박물관 미술관 리노베이션 공사를 준비 중이며, 2019년 3월경 재개관전에는 기증된 모든 작품을 정리한 기증 작품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이철주 작가 작품기증에 대한 약정식은 동덕아트갤러리 이철주 초대전 ‘꽃보다 아름다워라’ 오픈식에서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기간 : 4월 25일(수)- 5월 8일(화)까지 /전시문의 : 동덕아트갤러리
작가와의 대화 : 4월 30일(월) 오후 3시 동덕아트갤러리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