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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원…화려하게 막 내린 '홍콩 아트바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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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허유림의 미술로 가즈아(5)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3월 29일~31일)이 끝났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진 빌럼 데 쿠닝의 추상표현주의 회화가 개장 두 시간 만에 370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가 1248억원을 기록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바스키아 작품도 내걸렸다.

개장 2시간 만에 370억원에 팔린 빌럼 데 쿠닝의 추상표현주의 회화. 영국 레비 고비 갤러리서 출품한 작품이다. [출처 홍콩 아트바젤]

개장 2시간 만에 370억원에 팔린 빌럼 데 쿠닝의 추상표현주의 회화. 영국 레비 고비 갤러리서 출품한 작품이다. [출처 홍콩 아트바젤]

현대미술 작가 제프쿤스는 갤러리 부스에 나타나 활짝 웃으며 컬렉터와 셀카를 찍었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홍콩 아트위크는 미술 애호가에게 꿈 같은 시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32개국 247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스위스 은행인 UBS 후원으로 열린 제6회 아트바젤 홍콩은 관람객 8만여 명, 한국인 애호가 3000여 명, 미술품 판매액 1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홍콩이 현대미술의 '핫 플레이스'임을 증명했다.

홍콩, 세계 미술시장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라

이같은 평가는 아트바젤 내부서도 흘러나왔다. 아트바젤 측은 “스위스 바젤은 매출이 매년 줄거나 정체돼 있다. 미술시장이라기 보다 다른 예술 이벤트처럼 그냥 미술계 인사가 만나는 데 만족하는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나 바젤 홍콩은 참가하고 싶어하는 갤러리가 매년 늘고,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며 성장하는 시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제프쿤스. [출처 홍콩 아트바젤]

자신의 신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제프쿤스. [출처 홍콩 아트바젤]

실제 홍콩 아트바젤은 가고시안, 리만 머핀, 페이스, 펄 램, 페로탕 등 미국의 세계 메이저 갤러리와 함께 한국에서도 국제, 학고재, PKM 등 11곳이 참가해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홍콩 아트페어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감과 추상보다는 구상 작품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몇 해 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미니멀리즘,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단색화는 어느정도 자리를 물려준 모양새다.

주요 갤러리는 페어가 끝난 후에도 에프터 세일즈 서비스를 하느라 여전히 바쁜 모습이었다. 미술시장은 신용거래가 바탕으로, 일반 거래 절차와 다르다. 페어기간 동안에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예약하면 인보이스 발급, 송금, 운송, 설치 등의 순서를 거쳐 마침내 컬렉터의 집에 작품이 설치된다.

따라서 좋은 성과를 올린 갤러리일수록 페어가 끝난 후 할 일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번 홍콩 바젤에 참가한 해외 갤러리는 한국 컬렉터에게 어떤 작품을 판매했을까?

현대미술의 새 고객으로 부상하는 한국 컬렉터

다수 갤러리스트는 입을 모아 한국 컬렉터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 미술시장의 큰손 중국이 여전히 많은 구매력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컬렉터는 현대미술에 열정을 보이며 작품 구매 매너 또한 훌륭했다는 평가다.

실제 리슨갤러리(LISSON)에서 선보인 이우환의 신작인 ‘녹색 다이얼로그’, 빅뱅의 지드레곤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제이슨 마틴(Jason Martin)의 ‘붉은 피그먼트’, 요즘 경매시장에서도 열기가 뜨거운 스탠리위트니(Stanley Whitney)의 신작, 애니쉬카푸어(Anish Kapoor)의 미러 작품, 영국의 대표적인 개념미술 작가인 라이언 간다(Ryan Gander)의 작품 등이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한국 컬렉터의 품에 안겼다.

이우환의 녹색 다이얼로그. [사진 허유림]

이우환의 녹색 다이얼로그. [사진 허유림]

이 외에도 한국 컬렉터 사이에 인기가 좋은 줄리안오피(Julian Opie), 무라카미다카시(Takashi Murakami),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요시토모나라(Yoshitomo Nara), 알렉스 카츠(Alex Katz) 등의 작품도 한국 컬렉터의 쇼핑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들 작품은 국제시장 뿐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아트바젤 홍콩의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먼저 작품을 볼 수 있는 비공식 VIP패스에 참가 신청을 낸 한국인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는 한국 컬렉터의 국제미술시장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국내 미술 시장이 이들의 안목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트바젤 홍콩은 이제 아시아 뿐 아니라 전세계의 대표적인 아트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페어에 출품된 작품은 ‘아트페어 아트’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특정한 경향성을 보인다. 시장에선 팔릴 만한, 장식성을 갖춘 작품이 인기가 좋기 마련이다. 이는 작품을 구매하는 콜렉터의 안목을 반영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처럼 비슷한 작품만 모이다보니 신진 작가나 블루칩 작가에 목말라 하는 미술 애호가는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결국 근시안적으로 거래에만 집중하기 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거나 색다른 길을 모색하는 갤러리가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일반인도 미술 쇼핑에 나설 수 있는 아트페어

알렉사 카츠의 작품 Susanne 3. [출처 홍콩 아트바젤]

알렉사 카츠의 작품 Susanne 3. [출처 홍콩 아트바젤]

아트페어에 참여한 갤러리만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측 또한 기존 행사와 차별화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트페어 수가 크게 늘면서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 2월 한 달간 뉴욕에서 열린 아트페어가 여덟 개나 된다. 국제 아트페어가 매달 1개 꼴로 열린다. 그러다 보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페어 피로(Fair Fatigu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아트페어는 자신만의 전략을 내세운다. 내달에 런던서 열리는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한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다.

주최측은 100파운드(약 20만원)부터 최고 5000파운드(1000만 원)까지의 작품으로 아트페어를 구성하며 영국의 중산층을 주 관람객으로 설정했다. 또 런던의 부촌 햄스테드 히스(Hampstead Heath)에 장소를 마련해 페어의 분위기를 어수선하지 않고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한다. 개인 자가용 없이는 방문이 힘든 것을 감안해 지하철 역에서부터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현대미술의 현재·미래 한 눈에… ‘아트부산’ 4월20일부터 열려

이달 20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는 '아트부산 2018'이 열린다. 부산을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로 2012년 부터 기획된 아트부산은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문화예술행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국내 107개 갤러리와 15개국 54개 갤러리가 함께 하는 행사로 4000여 점의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 아트부산에서 그림과 친해지는 첫 걸음인 미술 쇼핑에 나서보자. 작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미술이 얼마나 우리 삶에 깊숙히 파고드는지 알 수 있다. 부산 아트쇼의 현장 분위기는 홍콩 아트 바젤과 어떻게 다를까? 다음 글에 현장 이야기를 전하도록 하겠다.

아트페어 안내

아트부산 2018 
-기간: 2018.04.20 ~ 04.22
-시간: 11:00 ~ 20:00 / 22일 일요일은 18시까지만 운영
-장소: BEXCO 제 1전시장

Affordable Art Fair
-기간: 2018. 05. 10 ~ 05.13
-장소: London Hampstead Heath

허유림 RP' INSTITUTE. SEOUL 대표 & 아트 컨설턴트 heryu1229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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