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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의 돈 안 새는 법] 보증금 고액 상가 임차인 권리금 보호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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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의 돈 안 새는 법

지난 1월 관련 법령이 개정돼 상가 임차인 보호가 한층 강화됐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지난 1월 관련 법령이 개정돼 상가 임차인 보호가 한층 강화됐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올해 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돼 임차인 보호가 한층 강화됐다. 환산보증금이 상향(서울 4억→6억1000만원)돼 더 많은 임차인이 보호를 받고 월세나 보증금의 증액 한도가 9%에서 5%로 낮춰졌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액수를 합친 금액이다.

지난 1월 상가임대차 법령 개정 #임대료 인상 상한선 5%로 강화 #환산보증금 초과하면 우선변제 안 돼 #임대인은 권리금 방해 해선 안돼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상가 임차인은 본인이 어떤 보호를 받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요건, 임대차 보호 기간, 보증금·권리금 보호 등의 규정이 복잡해서다.

모든 상가건물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서울 6억1000만원) 이하인 영세 임대차에만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보증금이나 월세 금액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다르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X100)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4억원이고 월세가 300만원이면 환산보증금은 7억원[4억+(300만X100)]이다.

환산보증금이 기준 초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범위를 벗어나면 민법 적용 대상이 되어 임차인 보호가 취약하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일정한 조항은 법 적용을 받아 보호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계약 갱신, 대항력, 권리금 보호 등이다.

계약갱신 요구해야 5년 보장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최초 임대차부터 최장 5년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임대 기간을 단기로 정하는 바람에 쫓겨나야 할 처지의 임차인에게 시설비·권리금 등 투입 비용을 회수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조항이다.

그렇다고 한 번의 갱신요구로 5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임대차 만기가 될 때마다 만기 전 6개월에서 1개월 사이에 매번 계약 갱신을 요구해야 최대 5년까지 보장된다.

상가 임대차는 무조건 5년 보호가 되는 줄 잘못 알고 갱신 요구를 하지 않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면 임대인이 5% 이하에서 보증금·월세를 높일 수 있다. 5% 인상 한도 규정은 임대차 계약 기간에 임대인이 월세 증액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갱신 요구권을 행사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도 5% 인상 한도가 해당하지 않는다.

상가 임차인이 사업자 등록과 인도(입점)를 마치면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확정일자는 필요 없다.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는 해당 건물이 제삼자에게 넘어가더라도 양수인에게 임차권을 주장하다가 임대차 종료 때 양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상가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을 넘는 임대차에도 대항력을 인정하고 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차인도 사업자 등록과 입점을 마칠 필요가 있다.

확정일자 갖춰야 우선변제권

임차인이 대항 요건(사업자 등록과 인도)과 확정일자까지 갖추면 해당 건물의 경매 때 후순위권자나 일반채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법정 이하 환산보증금에만 적용된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는 세무서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고 우선변제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차인은 대항력이 있더라도 해당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 이때는 전세권 설정이 대비책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하이라이트는 권리금 보호 조항이다. 환산보증금을 넘는 임대차에도 권리금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출 필요도 없다.

2015년 5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우리나라에 특유한 권리금 제도를 하나의 재산권으로 보호하게 됐다. 권리금 보호는 임대인에게 직접 권리금 반환을 청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임대인이 방해해서는 안 되고 이를 어길 경우 손해 배상 책임을 진다는 간접적인 보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임대인은 임대차 만기 전 3개월부터 만기까지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법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의 유형을 명시했다.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주변 상가 건물의 차임(월세)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해 많은 판결이 쏟아지고 있다. 판례는 기존보다 40% 이상 인상된 차임을 신규 임차인에게 제시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무산된 경우 등을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인정한 바 있다.

현행법에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기간이 임대차 계약 만기 3개월 전부터 만기까지로 한정돼 있어 그 이전엔 권리금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권리금 협상은 만기 3개월 전부터

임차인은 만기 3개월 이전부터 신규 임차인을 미리 물색해 두었다가 만기 3개월 전부터 임대인과 협상을 해야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권리금 회수 방해가 인정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기존 권리금 전부가 보장되는 게 아니다.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을 입증하기 위해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과 미리 권리금 계약을 체결해 둘 필요가 있다.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액수는 국토부 장관이 고시한 권리금의 평가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권리금 평가는 수익환원법(해당 점포의 영업 이익이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권리금을 산정하는 방법)을 따른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제대로 신고하는 게 높은 평가를 받는 데 유리하다.

권리금 보호 조항의 도입 이후 간혹 임차인이 허위의 신규 임차인을 내세워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부한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예가 있다.

임대인은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 지급 여력과 의사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 허위의 신규 임차인을 가려내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형 법무법인 명성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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