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는 벚꽃이 만개한다. 오늘(13일)까지 벚꽃 축제 기간이지만, 몇 차례 찾아온 낮은 기온과 강풍 그리고 비로 인해 화려했던 벚꽃이 일순간 사라졌다. 떨어진 대부분의 꽃잎은 바람에 날려 석촌호수 물 위로 내려 앉았다.
석촌호수에 사는 오리가 꽃잎을 가리며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땅에 떨어진 꽃잎은 금방 사라지지만, 물 위에 떨어진 꽃잎은 수분을 흡수해 더 오래도록 그 생명을 유지한다.
오리들이 물에 젖은 꽃잎을 먹고 있다.
떨어진 벚꽃잎이 물 위에 떨어져 쌓였다. 롯데월드는 인력을 동원해 호수 가장자리에 쌓인 벚꽃잎을 매일 매일 거둬들이지만, 미처 건져 올리지 못한 꽃잎이 호수 가장자리로 몰려와 머문다.
벚꽃잎이 겹겹이 쌓여 마치 물 위가 평평한 사막처럼 변했다.
꽃잎 사이를 오가는 건 오리만이 아니다. 비단잉어도 가세했다.
잉어들이 꽃잎 사이를 누비며 가끔 물 위에 떠 있는 젖은 벚꽃잎을 먹기도 한다.
어떤 잉어는 꽃잎 사이를 오가며 유영을 즐기기도 하고 꽃잎 위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아마도 향긋한 꽃잎을 '비누'삼아 봄맞이 목욕을 하는듯하다.
화려했던 벚꽃이 지고 이제는 푸르른 신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젠 꽃보다 신록이다. 사진·글=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