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도 미세먼지도 사라진 (12일) 오후. 서울 남산 길을 걷는다. 장충동 국립국장 앞에서 시작해 남산 순환 산책로를 따라 케이블카 탑승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신록과 벚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봄이 무르익고 있는 중이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아니면연인과 그것도 아니면 혼자서 걸어도 좋을 길이다.
미리 이 길을 걸을 때 생각해 둬야 할 것이 있다. 가능한 한 천천히 걸어야 한다. 좌우를 돌아보고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살펴야 한다. 보았던 곳도 시선을 바꿔 다시 보면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길에서는 사람과 함께 동물들도 봄을 즐긴다. 직박구리는 꽃 속에 숨은 꿀을 따고, 청설모는 이제 막 연두색이 된 참나무의 꽃 순을 즐긴다.
기분 좋은 바람이 남산 허리를 돌아 나올 때면 길에는 꽃비가 떨어진다. 벚꽃 잎이다. 떨어진 꽃잎은 꽃길을 만든다.
이 길을 걸을 때는 눈뿐만 아니라 귀도 열어두는 것이 좋다. 자동차 경적 대신 들려오는 새 소리와 산책로 주변 도랑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보너스다.
각자 지금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벚꽃, 진달래, 개나리, 금낭화, 돌단풍, 조팝나무, 영산홍을 만날 수 있다. 너무 늦지 않게 이번 주말 다녀와도 좋겠다.
지금 남산에는 꽃비가 내린다!
사진·동영상·글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