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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북전단 살포에 경찰 동원 강제저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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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고 나서 관련 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또 이 같은 당국의 제지가 적법한 것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연천 철원서 길막혀 #"정상회담 앞두고 정부 눈치 보나" 반발

12일 정부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북한 민주화를 위한 대북전단 띄우기 활동을 벌여온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연천의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할지역 경찰이 차량과 병력을 동원해 길을 막고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이 단장은 "무슨 근거로 대북전단을 막느냐"고 물었고, 경찰 관계자는 "최근 남북관계 상황과 주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 경찰 [사진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동영상 캡처]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 경찰 [사진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동영상 캡처]

이 단장은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고, 조용하게 김정은 체제의 문제점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단을 날리려 하는데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지만 끝내 풍선을 띄울 수 없었다. 이 단장은 철원 쪽으로 발길을 돌려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지만, 여러 대의 순찰차와 기동대 차량을 동원해 길목을 막은 경찰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 경찰 [사진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동영상 캡처]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 경찰 [사진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동영상 캡처]

이 단장이 촬영한 당시 영상에는 '남북화해 무드라 (대북전단 살포를)차단하라는 상부지시가 있었다'는 대화가 등장하지만, 현지 경찰 관계자는 "이민복씨 발언일 뿐 내가 직접 한 말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전단 살포를 막는데 좋겠다는 의견이 서장에게 내려왔다"며 "이 때문에 얼마 전까지 허용됐던 대북전단 살포를 최근에는 막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단체 관계자나 탈북 인사의 길을 막거나 제지할 수 있으냐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에 따라 예방적 차원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법 5조는 “경찰관은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 경찰 [사진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동영상 캡처]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선 경찰 [사진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동영상 캡처]

하지만 비공개리에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소식을 알리고, 김정은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활동을 제지하는 게 적법하냐를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법인 영민의 장민수 변호사는 “과거 북한이 공개적 전단살포에 반발해 대응사격을 한 상황이 벌어지자 법원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비공개로 이뤄진 전단살포를 당국이 제지하는 것까지 적법하다는 판례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눈치를 보느라 대북전단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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