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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원장 고발' 이틀째 사건 배당조차 못한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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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으로부터 경비를 제공받아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중앙포토]

피감기관으로부터 경비를 제공받아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중앙포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과 관련한 수사를 놓고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金 원장 고발 접수 후 이틀째 #배당조차 못하고 우왕좌왕 #대검 “관할 문제 등 검토해야” #"살아있는 권력 눈치보나" 의심도

검찰은 김 원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지난 10일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이틀째 사건 배당조차 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 배당을 미루는 형식적인 이유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 동시에 고발장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서울남부지검에 김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두 곳의 검찰청에서 같은 사건을 동시에 수사할 수는 없는 만큼 관할 검찰청 한 곳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왼쪽)과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지난 1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왼쪽)과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지난 1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관계자는 “당초 서울중앙지검에서 11일 사건 배당을 마치기로 계획했지만 관할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나와 대검에서 형사소송법상 관할 문제 등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원장에 대해 청와대 차원에서 ‘해임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적 고민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면적으론 관할청 및 수사 부서 배당 문제지만 이면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금감원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검찰이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촉구 등 정부의 인사를 규탄하는 손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촉구 등 정부의 인사를 규탄하는 손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김 원장과 관련한 논란은 여야 간 공방을 넘어 청와대까지 개입한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의혹제기와 공세에 대해 여당은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라며 김 원장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청와대 역시 “공적인 목적의 출장이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식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여당과 야당, 청와대가 각기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원장이 면죄부를 받을 수도, 사약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이던 2014~2015년 한국거래소·우리은행 등 피감기관이 출장비를 전액 부담하는 형태로 우즈베키스탄·미국·유럽·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특히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으로 다녀온 9박 10일 미국·유럽 출장의 경우 예산안 통과 등 현안과 관련한 시찰 목적의 출장이었다.

김 원장은 출장을 다녀온 뒤 ‘예산안 부대의견’을 통해 KIEP를 위한 예산안 편성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대의견이란 국회의 지적이나 요청사항을 담은 내용으로 이듬해 예산안 편성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실제 KIEP가 원하던 유럽 사무소 설치는 2016년 예산안에 ‘유럽 현지 모니터링 사업’이란 명목으로 2억9300만원이 반영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원장은 이외에도 기업들을 압박해 더미래연구소의 고액 강좌(미래리더 아카데미)를 수강하게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미래연구소는 김 원장이 현역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5년 설립한 연구소로, 김 원장은 금감원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약 3년간 이 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년간 연구소장으로 재직한 더미래연구소. [중앙포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년간 연구소장으로 재직한 더미래연구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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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래연구소는 1인당 평균 강연료가 500만~600만원에 달하는 미래리더 아카데미를 운영해 2015~2016년 2년간 총 2억원(2015년 1억686만원, 2016년 8688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에선 수강생 모집 과정에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김 원장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이 강좌의 수강생 대부분은 국회 정무위가 관할하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 임직원으로 김 원장의 피감기관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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