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5G 시대엔 보안이 더욱 중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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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원장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원장

증기 기관은 18세기 1차 산업혁명을 촉진했다. 증기 기관을 개량한 기계는 면직물 외에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 대부분을 대량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다. 수많은 데이터와 사물이 복잡하게 얽혀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사이버 안에 있는 데이터가 현실 세계와 삶을 바꾼다. 하지만 지금 기술로는 데이터 수요를 모두 소화할 수 없다. 5세대(5G) 이동통신망은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할 이 시대의 ‘증기 기관’이다.

5G는 국제 통신 표준 단체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R), 3GPP 등에서 제안한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정부·산업계·통신단체들은 4G(LTE)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5G를 준비했다. 5G는 4G보다 20배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한다. 나르는 시간은 0.001초를 넘지 않는다. 1㎢ 구역을 기준으로 동시에 1백 만개의 사물을 연결한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로 대표되는 5G 특성은 시공간 제약을 없애며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다양한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가능케 한다. 육지에 있는 전문의가 섬마을 의료시설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5G로 전해지는 홀로그램을 통해 관찰하며 집도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금융, 쇼핑, 공연 등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제공될 수 있다. UHD·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초고용량 영상이 5G를 통해 마치 실제 눈으로 보는 듯 이용자들에게 전달된다.

5G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융합된 초연결 사회로의 진화도 예상된다.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시티에 구축된 5G는 자율주행 차에 신호, 교차로 상황을 전달해 어떤 차선으로 움직여야 할지 스스로 알게 한다. 또, 도시 안에서 발생한 사고, 재난을 IoT가 먼저 발견하고, 5G로 동시 전파해 위험을 크게 낮춘다. 스마트 팩토리는 무인화 공정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한다.

5G는 또한 수십만 개의 기기로부터 현실 세계 속 인간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모은다. 기존에는 수십 년 걸렸던 방대한 데이터가 찰나에 쌓인다. 방대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과 융합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서비스 제공의 촉매가 된다. 데이터는 다시 개개인의 삶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보안 위협을 더욱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교통, 전기, 통신 인프라 관제 시스템 해킹은 사회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 제조 정보와 시스템이 공격받는다면 천문학적인 기업 손실은 불가피하다. 5G의 밝은 미래는 확고한 통신 안전성 위에서 펼쳐질 수 있다. 5G 진화에 맞춰 SK텔레콤이 양자암호 통신, 블록체인과 같은 차세대 보안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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