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한나라] "金장관 국회에 발 못붙이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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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격분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법률가이므로 조만간 국회의 해임건의를 수용할 것"(崔秉烈대표)이라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崔대표는 7일 "김두관 행자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국회의 건의를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는 말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이는 헌법을 유린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홍사덕(洪思德)총무는 盧대통령의 결정을 "못난이의 오기"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은 헌법의 아들인데도 헌법을 짓밟았다"며 "이제 盧대통령과 직접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金장관에 대해선 "대통령의 조치와 상관없이 이미 해임됐으며, 헌법에 의해 그의 수명도 끝났다"고 했다. "이젠 金장관이 국회 상임위는 물론 국회의 어느 장소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박진(朴振)대변인은 "대통령이 '변종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그동안 말을 아껴온 박근혜(朴槿惠)의원도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도 불과 몇 십만표가 많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 아니냐"며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어쨌든 민의이므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8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의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선 강경론이 무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朴대변인은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하자거나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지도부는 공세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洪총무는 "노무현 정권과의 투쟁은 천리길을 가듯 차근차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도 정상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을 함께 파탄내자는 저쪽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고, 민생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신 국정감사에선 정권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인다는 게 총무단의 생각이다. 金장관이 해임되지 않을 경우 행자부 국감은 그를 뺀 채로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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