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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조인’의 예고된 몰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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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숙박예약사이트 ‘호텔조인’이 지난달 26일 블로그에 올린 폐업 공지문. [사진 호텔조인 블로그]

숙박예약사이트 ‘호텔조인’이 지난달 26일 블로그에 올린 폐업 공지문. [사진 호텔조인 블로그]

온라인 숙박예약서비스인 ‘호텔조인’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폐업했다. 도메인 유지비를 내지 못해 홈페이지는 폐쇄됐으며, 황은호 호텔조인 대표는 잠적 상태다. 블로그에 “한국여행업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접수하라”는 안내 문구만 남아 있다.

PC웹 기반의 숙박예약서비스 #모바일앱 시대 경쟁력 급격히 하락 #익스피디아·야놀자 등에 밀려 폐업 #피해 200여 건 … 전액 보상 힘들 듯

한국여행업협회(KATA) 불편처리센터에 올라온 피해사례는 약 200여 건이다. 카드나 온라인 결제를 통해 미리 요금을 지불한 경우다. 건당 예약 금액은 약 30만~50만원으로 전체 피해액은 6000만~1억원으로 추산된다. 최창호 KATA 국장은 “호텔조인을 운영한 여행사 굿메이트는 서울보증보험에 5000만원 한도의 영업보증보험에 가입해 어느 정도 피해 보상이 가능하다”며 “지난 2일부터 우편을 통해 피해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달간 공고 기간을 거쳐야 해 빨라야 6월 초에나 피해 보상액이 지급될 것”이라며 “전체 피해 금액이 보증보험의 5000만원 한도를 초과할 경우엔 소비자에게 피해액 전액 대신 피해 정도에 따라 일정 비율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 2003년 문을 연 호텔조인의 폐업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최 국장은 “최근 수년 동안 호텔조인이 호텔에 대금 결제를 제때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등 조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호텔조인이 업력은 오래됐지만,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여행사)와 신흥 숙박 앱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안다”며 “시장이 모바일 앱 중심으로 재편됐는데 호텔조인은 PC 웹 기반인 것도 경쟁력 상실의 이유”라고 말했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여행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지난 2010년 72%에서 2016년 89%로 증가했으며, 국내여행 총비용은 16조원에서 25조원으로 52% 증가했다.

호텔 등 숙박 시장도 커졌다. 지난 2012년 966개였던 호텔은 지난해 1844개로 두 배 늘었다. 모텔을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온라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다.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과실은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OTA와 모텔 예약에서 경쟁력을 갖춘 여기어때·야놀자 등이 주로 가져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5성 호텔의 익스피디아를 통한 예약 비중은 2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에 직접(온·오프라인) 연락해 예약하는 비중이 40~50%인 점을 고려하면 우월적 지위를 가질만한 점유율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OTA는 전체 숙박비 중 16~18%, 많게는 20% 이상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반면 국내 숙박예약업체의 경우 숙박업소로부터 10~11%의 수수료를 받는다. 또 국내 업체가 이들과 경쟁하려면 할인 쿠폰 등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

숙박 예약뿐 아니라 항공권 시장 판도도 변했다. 2000년대 초반 항공여객판매대금(BSP) 부문에서 수위권을 차지하던 탑항공은 최근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탑항공 관계자는 “여행사보다 온라인서 가장 싼 요금을 비교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며 “스카이스캐너 등에서 항공·숙박을 검색하고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OTA를 통해 예약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양무승 KATA 회장은 “출혈 경쟁보다는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린 개성 있는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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