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卒학력 극복한 '요리의 달인' 강현우 조리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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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 호텔 소속 조리사가 국내 처음으로 '조리 명장(名匠)'이 됐다.

주인공은 삼성에버랜드 강현우(姜鉉又.46)조리실장. 그는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주 선정한 명장(조리 부문)에 포함됐다. 정부가 조리 부문 명장을 뽑은 것은 올해가 4번째로, 호텔이 아닌 일반 기업체 소속 조리사가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조리사로 인정받기는 姜실장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조리 명장에 선정됐던 사람은 1호 한춘섭 캐피탈호텔 조리이사, 2호 박병학 롯데호텔 부장, 3호 이상정 JW메리어트호텔 유통사업부 조리실장 등 모두 호텔 조리사들이었다.

姜실장은 1982년 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에 입사, 지금까지 20년 넘게 조리에만 몰두해왔다. 학력은 중학교 졸업이 전부. 그러나 에버랜드에서 근무하면서도 부산대 산업경영학과 연구과정을 이수하는 등 학업에도 열의를 보였다. 2001년에는 이탈리아 ICIF 조리학교 최고급 과정을 졸업한 해외유학파이기도 하다. ICIF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토리노에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공동체(EC)가 외국인들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요리학교다.

姜실장이 조리업에 뛰어든 이유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밥을 굶지 않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마땅히 일할 곳이 없었고 배도 고팠지요. 그래서 '식당에 근무하면 목구멍에 풀칠은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는 식당에서 일하면서 점점 요리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姜실장은 "요리 공부를 하느라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면서 "이왕 시작한 일이라 언젠가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각오로 일했다"고 말했다.

姜실장은 한식.일식.양식.중식 등 모든 분야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생선요리가 '주전공'이며 생선요리 중에서도 복어 요리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라고 밝혔다.

그는 집에서도 음식을 만든다. 대개 조리사들은 밖에서 하는 일을 집에서는 하기 싫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姜실장은 가족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해준다고 했다. 가족들을 위해 그가 즐겨 만드는 음식은 생선초밥.생선회.돈까스.스테이크.아구찜 등이다.

姜실장은 "요즘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틈이 날 때마다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음식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통일이 되면 평양에 '평화통일 전통 한식당'을 제일 먼저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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