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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만나고 온 유영하 “시류에 영합한 정치적 판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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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03면

[SPECIAL REPORT] 박근혜 1심 중형 선고 배경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자신에 대한 선고가 진행되던 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찾아온 유영하 변호사를 2시간가량 만났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변호인단이 총사임하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 구치소 접견을 전담하고 법정에서도 항상 바로 옆자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등 박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변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근혜 측 반응 #서울구치소 찾아간 유 변호사 #“노태우 때 비해 형량 터무니없어” #박, 징역 24년 전해듣고 담담 #항소 여부는 다음주 논의할 듯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결과를 듣고 특별한 반응 없이 담담한 기색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나고 있던 중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이라는 선고 결과가 나왔고, 교도관이 이 내용을 박 전 대통령에게 알려줬다. 유 변호사는 “어차피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가는 재판인데, 특별한 말씀은 안 하셔도 이런 정도의 결과는 미리 짐작하시지 않았겠나 싶다. 마음의 준비가 있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미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안종범·조원동 등에게 유죄판결을 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게도 유죄 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면서도 “최씨와의 공모 관계는 피상적인 몇 개의 사실을 나열해 공모를 인정했고, 삼성에 대한 뇌물수수 부분은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 확장 해석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형량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너무나 터무니없다”며 “이번 판결은 시류에 영합한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들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오지 않자 지난해 11월 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인 다섯 명을 배정했다. 이날 법정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이 없는 피고인석에서 선고를 들었던 조현권 국선전담변호사는 “우리는 자동적·의무적으로 항소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선고까지 결국 단 한 차례도 국선변호인들의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던 점에 미뤄보면 박 전 대통령이 항소 여부를 논하기 위해 이들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변호인들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 아니면 변호인은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며 “서신 등을 통해 항소한다는 사실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장은 선고가 내려진 6일부터 1주일 안에 내야 한다. 변호인들이 항소장을 낸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원치 않으면 직접 항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 유영하 변호사는 “항소 여부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이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다음주에 항소 문제를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항의 표시 차원에서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항소를 포기하면 징역 24년형이라는 중형이 확정되는 데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자필 의견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구속기간이 연장된 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한 뒤 재판 출석은 물론 법원이 정해준 국선변호인들과의 만남도 모두 거부하는 등 법원과의 의사소통을 일절 거부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3일에는 별도의 재판이 시작된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소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의견서를 국선변호인을 통해 냈다. “상납을 지시한 적이 없고 액수나 사용처도 모른다”거나 “관행적으로 써왔다는 보고를 받아 법적 문제가 없다면 쓰라고 지시했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날 선고와 관련해 사흘 전 재판부가 TV 생중계 결정을 내리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서를 직접 써 보냈고 이를 제한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서에 지장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최순실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이날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유취만년(遺臭萬年·더러운 냄새가 1만 년까지 남겨진다)”이라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며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구속·중형까지 감수하고 최씨나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위해 뇌물을 받을 동기가 있었는지 고민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TV 생중계는 오로지 재판장의 이익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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