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이현아양 엑스포서 正歌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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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요즘 경북 경주엑스포 공연장에 하루 두 차례 시각장애인 제자와 스승이 부르는 구슬픈 노래가 울려 퍼진다. 서울맹아학교 이현아(16.중3.(左))양과 박종순(43.(右))한국정가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03경주문화엑스포 주제 공연 '에밀레-천년의 소리'에서 정가(正歌)를 함께 부른다.

정가는 정악(正樂)의 하나로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 등의 성악곡을 말한다. 에밀레종의 애절한 설화를 담은 뮤지컬 형식의 공연은 7년째 사제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사연 때문에 더욱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현아는 몸무게 8백g의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속에서 두번의 망막 수술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던 현아는 음악만은 좋아해 초등학교 3학년 때 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정가를 전공하고 학원을 운영하던 朴씨는 우연하게 알게 된 현아에게 피아노 대신 국악의 성악 분야인 정가를 권했다.

朴씨는 "전통 정가가 현아에게 자신감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정가는 한을 승화시켜 자신과 타인의 정신을 맑게 하는 힘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현아는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읽고 따랐지만 정가 공부는 힘들기만 했다. 악보를 볼 수 없어 朴씨가 먼저 연주하면 현아는 귀로 익혀 기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3년 정도 거치면서 현아는 좋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현아는 朴씨가 이끄는 공연에도 70여 차례 참가했다.

"이런 큰 공연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막상 개막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받았을 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현아의 꿈은 이제 선생님처럼 정가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소리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어요. 다른 장애 친구들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경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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