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대사관 중고 가구 기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좋은 뜻이라면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해도 좋습니다."

주한 대사관저를 옮기면서 소파(사진).침대 등 중고 물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기 위해 본국에 허락을 구했던 무사 알 타이 오만대사가 본국으로부터 받은 회신이다.

해외 공관에서 사용하는 가구 등 집기는 정부 자산이므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알 타이 대사는 본국의 허락을 구해야 했다. 오만 정부는 아름다운 가게가 헌 물건을 수거해 되팔아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설명을 듣고 "중고로 파는 것보다 기증이 좋겠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오만 대사관은 관저를 종로구 평창동에서 가회동으로 옮기면서 오래된 가구를 몽땅 바꾸어야 했다. 리셉션 등 손님 초대가 많은 관저 특성상 대형 소파세트와 식탁 등 처분해야 할 가구가 많아 고심하던 중 알 타이 대사 부인이 주한 외국 대사 부인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 것을 제안했다.

8인용.6인용.4인용 소파와 식탁 두 세트, 장식장 2개 등 고급 가구가 많이 나왔다. 침대 두 개, 어린이 옷장과 오디오.램프 등 소형 가전제품, 그림.꽃병.공예품 등까지 다양한 물건이 쏟아졌다.

지난 4일 1t 트럭 5대가 동원돼 관저 1.2층의 가구 대부분을 아름다운 가게로 실어날라 관저가 텅 빌 정도였다. 알 타이 대사는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4시간여 동안 함께 가구를 날랐다.

기증된 가구는 5~10년 사용한 것이지만 대부분 고가품인 데다 관리를 잘해 상태가 양호했다. 알 타이 대사는 "가구를 바꾼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가구를 파는지를 물어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니 그곳에서 구입하라'고 안내하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도 삼남매의 옷 등 생활용품을 기증한 대사 부부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을 물건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만 대사관이 기증한 물품 가운데 대형 물품은 사진을 찍어 아름다운 가게 온라인 쇼핑몰인 생생몰(www.beautifulstore.org)에서 판매된다. 램프.그림 등 소품류는 안국점.서초점 등 매장에서 판매한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