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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군단 NC “왕서방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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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BO리그의 첫 대만 출신 투수 NC 왕웨이중은 두 차례 선발 등판해 2승을 거뒀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응시하는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연합뉴스]

KBO리그의 첫 대만 출신 투수 NC 왕웨이중은 두 차례 선발 등판해 2승을 거뒀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응시하는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에 ‘왕서방’이 나타났다. 키 1m88㎝, 몸무게 83㎏의 다부진 체격에 부리부리한 눈이 돋보인다. 주인공은 NC 다이노스의 왼손투수 왕웨이중(26)이다. 대만에서 온 최초의 KBO리그 투수다. 대만 야구는 그동안 한국 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그래서 대만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 명단에 거론된 적은 있지만, 실제로 KBO리그를 밟은 적은 없었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기로 소문난 NC는 지난 1월 연봉 90만 달러(약 9억5000만원)를 주고 과감히 왕웨이중을 데려왔다.

한국 프로야구 온 첫 대만 선수 #선발등판 3경기서 2승 ‘완벽투’ #‘야구 한류’에 중계권 판매까지 #중화권 관광객·보도진 방문 러시

유영준 NC 단장은 “젊고 새로운 선수를 찾고 있었다. 왕웨이중을 꾸준히 지켜봤다. 강력한 왼손 투수의 등장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유 단장의 기대처럼 시즌 초반 결과는 성공적이다. 왕웨이중은 팀의 제1선발로 3경기에 나와 벌써 2승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1.71을 기록 중이다. 직구 최고 속도는 시속 151㎞, 슬라이더 속도도 시속 137㎞를 넘나든다.

지난 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왕웨이중은 “개막 이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건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다. 미국에 갔을 때도 주목받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고 했다.

NC 다이노스 좌완 왕웨이중. [사진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 좌완 왕웨이중. [사진 NC 다이노스]

왕웨이중은 19세이던 2011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해 미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듬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2014년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빅리그에서는 불펜으로 뛰면서 통산 22경기에 나와 18과3분의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1.09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16경기(선발 67경기)에서 26승(21패), 평균자책점 3.25의 성적을 남겼다.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한 왕웨이중에게 NC가 러브콜을 보냈다. 왕웨이중은 “대만 가족들에게 한국에 갈 거라고 하니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한국에서 활동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믿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왕웨이중은 대만의 원주민인 아미족 출신이다. 아미족은 대부분 당당한 체격에 운동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만의 많은 야구선수가 아미족이다. 왕웨이중 가족도 마찬가지다. 친형 왕야오린 등 친척 3~4명이 야구를 하고 있다.

대만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NC 투수 왕웨이중. [사진 NC 다이노스]

대만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NC 투수 왕웨이중. [사진 NC 다이노스]

왕웨이중은 대만에서 아주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다. 대만야구 전문가인 김윤석 전력분석원은 “대만은 프로리그가 약해서 고교를 졸업한 수십 명의 유망주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건너간다. 왕웨이중도 그 중의 한 명이었기에 대만에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올해 NC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활약하면서 대만 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왕웨이중의 활약 덕분에 대만에선 ‘야구 한류’가 시작됐다. 대만 방송사와 포털사이트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와 프로야구 중계권을 구매 협상을 하고 있다. 이달 안에 대만에서는 왕웨이중의 선발 경기를 비롯해 KBO리그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KBO리그가 해외에 중계권을 파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대환 KBOP 대표이사는 “왕웨이중 선발 경기만 판매하지 않고, 전 경기를 모두 판매하기로 했다. 대만 방송사와 협상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포털사이트 중계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계권 판매 금액은 크지 않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KBO리그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여행업계도 환호하고 있다. 왕웨이중을 보러 대만 현지에서 날아온 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창원 홈에서 열린 개막전에는 왕웨이중의 선발 등판을 지켜보기 위해 대만에서 7개 매체의 취재진과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박성령 여행박사 대리는 “스즈키 이치로(일본)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뒤 일본 관광객이 증가한 것처럼 우리도 왕웨이중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치로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을 때 시애틀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12만명 가량 늘어났다. 창원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어부산 및 NC 구단과 협약을 맺고 왕웨이중과 연계된 여행상품을 개발 중이다.

왕웨이중이 지난 2일 진해 벚꽃축제에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왕웨이중 SNS]

왕웨이중이 지난 2일 진해 벚꽃축제에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왕웨이중 SNS]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왕웨이중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통역을 맡고 있는 강마루솔 NC 매니저는 “오후 1시에 출근한 뒤 경기 시작전까지 매일 훈련을 계속한다. 개인 운동 루틴이 8개나 된다”고 했다. 한국 생활은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같은 아시아권 출신이어서 음식도 입에 잘 맞는 편이라고 했다. 왕웨이중은 “종교(도교)적인 이유와 징크스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대신 닭고기를 많이 먹는데, 한국의 삼계탕이 아주 맛있더라. 보양식으로 딱 좋다”고 말했다.

왕웨이중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동료들이 그를 “왕서방”이라고 불렀다. 왕웨이중도 “왕서방”이라고 따라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왕서방은 중화권 남성을 지칭하는 상징적인 단어다. 마침 왕웨이중의 성이 ‘왕’이니 ‘왕서방’이란 별명이 딱 어울렸다. 왕웨이중이 “‘서방’이란 뜻이 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래서 “서방이란 ‘사위나 매제 등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 팬들이 한 식구로 여길 만큼 친근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하자 왕웨이중은 “식구가 정말 많아졌네요”라며 껄껄 웃었다.

‘대만 특급’ 왕웨이중(王維中)은

생년월일 : 1992년 4월 25일생
출신지 : 대만 타이둥현
체격 : 키 1m88㎝, 몸무게 83㎏
투타 : 좌투좌타
경력 : 201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
2014~17년 밀워키 브루어스
MLB 기록 : 22경기 출전 평균자책점 11.09
NC 기록 :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8 (4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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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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