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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도 9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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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음달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첫 분양에 나서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말 과천시에서 받은 사업계획 승인 상에 추진하는 분양가는 3.3㎡당 2670만원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가 9억원 선이다. 9억원은 고가주택과 중도금 대출 보증 제한 기준 금액이다.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던 용지 #시세 반영 감정가로 바뀌며 값 올라 #과천에선 3.3㎡당 2670만원선 #‘무주택자의 로또’ 다 지나간 얘기

다음달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에서 분양 예정인 포웰시티 아파트. 예상 분양가가 3.3㎡당 1700만원 선이다. 인근 미사지구가 처음 분양된 2009년 분양가(950만원)보다 80% 올랐다. 미사 분양가도 2016년엔 1200만원을 넘어섰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제한이 심한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가 뛰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조성하는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도 마찬가지다. 공공택지는 정부가 땅을 대규모로 수용해 계획적으로 만드는 택지지구·신도시 등을 말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가는 최근 1년간 서울에 분양된 민간 아파트 분양가(3.3㎡당 2190만원)보다 22% 더 비싸다. 수도권 전체 평균(1520만원)의 두 배에 가깝다. 공공택지 분양가로는 역대 최고다. 지금까지는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가 최고가였다. 2014년 대우건설이 분양한 위례 중앙 푸르지오가 3.3㎡당 1845만원이었다.

올해 하반기 4년 만에 위례 분양이 재개될 예정인데 분양가가 오르더라도 3.3㎡당 2000만원 선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송파구 오금지구 분양가가 3.3㎡당 1676만원이었다.

하남뿐 아니라 같은 경기도 고양시 내 공공택지의 분양가 상승세도 확연하다. 3.3㎡당 분양가가 2009년 850만원(원흥지구)에 2016년 7월 1300만원(향동지구), 지난해 6월엔 1400만원(지축지구)까지 올라갔다.

공공택지에선 상한제에 따라 주변 시세에 상관없이 원가로 분양가를 매겨야 한다.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 범위에서다. 대우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서 매입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사업비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데도 상한제 분양가가 뛰는 것은 분양가의 60~70%를 차지하는 땅값이 급등해서다. 2014년 공공택지 아파트 용지 공급가격 기준이 바뀐 게 큰 역할을 했다.

주택경기가 회복되기 전인 2014년 5월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가격 합리화를 이유로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던 전용 60~85㎡의 가격을 감정가격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85㎡ 이하는 조성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매기고 85㎡ 초과만 감정가격이었다. 조성원가는 LH가 보상 절차를 거쳐 토지를 확보해 주택 용지 등으로 쓰기에 적합하게 땅을 다듬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을 말한다.

감정가격은 개발비용 외에 주변 시세,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준(準) 시세다. 대개 조성원가의 1.3~1.5배인데 인기 지역은 더 비싸다. 하남 감일에선 감정가격이 조성원가의 1.8배에 달한다. 성남시 고등지구에선 1.6배다. 과천지식정보타운 택지공급 가격은 조성원가의 2배 정도다.

2014년 이후 주택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많이 오른 땅값이 감정가격을 더욱 높였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전국 땅값이 평균 11.4% 올랐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 아파트의 가격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공공택지는 저렴한 땅값 덕에 분양가가 아주 낮아 ‘신도시 불패’라는 말을 낳기도 했다.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선 ‘반값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다. 2009년 강남권의 세곡·내곡지구에서 나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1150만원이었다. 당시 주변 시세는 평균 2100만~2200만원 정도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격으로 택지를 공급하면서 분양가상한제의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공공택지 아파트는 무주택 서민의 ‘로또’였는데 로또 수준이 많이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 공공택지에선 투기과열지구에 상관없이 전용 85㎡ 이하는 전량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 분양된다. 85㎡ 초과는 50%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최종 분양가는 사업계획보다 일부 조정될 것 같다. 대개 사업자가 한도껏 사업계획을 세웠다가 깐깐한 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의를 받으면서 사업계획보다 분양가를 낮추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고양시 지축지구에서 대우건설과 반도건설은 분양가를 사업계획보다 10%가량 인하해 확정했다.

여기다 대우건설은 과천시민 등으로부터 심한 분양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사업계획 상의 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이 계산한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으로 다른 단지에 적용한 금액보다 높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고양 지축지구에서 산정한 건축비는 700만원대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기본형 건축비가 620만원이다. 여기다 건물 구조 등에 따른 가산비가 추가돼 건축비가 계산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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