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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0억 미시령터널 손실보전금 물어줄 위기 처한 강원도 해법 찾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한산해 진 미시령터널 구간. 박진호 기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한산해 진 미시령터널 구간. 박진호 기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이 4300억원의 혈세를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9% 고금리 낮춰줘야 사업 재구조화 여지 생겨 #최문순 지사 6일 강원도청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만나 #공익 차원으로 금리와 법인세율 낮춰달라는 의견 전달할 계획

5일 강원도에 따르면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182만9634대가 미시령터널을 이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 441만3391대보다 258만3757대가 감소한 수치다.

통행료 수입은 54억8878만원으로 전년 동기 132억853만원보다 77억1975만원이나 줄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미시령터널 통행량이 협약대비 2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물어줘야 할 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매년 수백억원을 손실보전금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한산해 진 미시령터널. 박진호 기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한산해 진 미시령터널. 박진호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100% 출자한 미시령동서관통도로  

강원도 인제와 속초를 연결하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3.69㎞)는 전체 사업비 2580억원 가운데 964억원(38%)이 민간자본으로 2006년 개통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이 인수해 100% 출자한 미시령동서관통도로㈜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당시 강원도와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2036년까지 실제 통행량이 예상 통행량을 넘지 못할 경우 협약 기준치의 79.8%에 해당하는 손실보전금을 지원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계약했다.

이 계약 때문에 강원도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9개월 만에 손실보전금만 84억572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예상통행량을 넘지 못해 지불한 금액이 238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100억원 이상의 손실보전금을 매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강원연구원은 2014년에 실시한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후 미시령터널 통행량 예측 용역’을 통해 2017년부터 2036년까지 4300억원에 달하는 손실보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 구간을 지나는 차량이 대폭 감소했다. [중앙포토]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 구간을 지나는 차량이 대폭 감소했다. [중앙포토]

9% 고금리 4% 시중금리로 낮춰야 

문제는 또 있다. 통행수익이 급감한 상황인데 국민연금공단은 당초 약정에 따라 미시령터널 투자금에 대해 9%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시중금리(4%)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1243억원을 빌린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측은 그동안 이자만 960억원을 지불했다.

강원도는 국민연금공단이 기존금리를 시중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측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도와 공유하면 손실보전금 기준치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엔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금리를 상당히 높게 잡았다. 하지만 최근엔 점점 낮아지는 추세로 금리가 낮아지면 손실보전금 기준치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손실보전금으로 지불하는 돈이 국민 세금인 만큼 공익 차원의 사업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시령터널과 달리 차량들로 붐비는 서울~양양고속도로. 박진호 기자

미시령터널과 달리 차량들로 붐비는 서울~양양고속도로. 박진호 기자

해결책은 금리 인하와 사업 재구조화

이에 따라 강원도는 국민연금공단에 금리 인하와 사업 재구조화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6일 오후 강원도청에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최 지사는 미시령터널과 관련, 강원도의 현재 상황을 설명할 계획이다.

최 지사는 “처음부터 계약을 잘못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금리를 낮추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김성주 이사장에게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1999년과 2000년에 두 차례나 미시령터널 교통량 예측을 했다. 당시 분석에선 2036년까지 매년 통행량이 늘어 하루 평균 통행량이 최대 4만9000여 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최대 변수인 서울~양양고속도로는 국가 계획에만 포함돼 있고 실제 언제 개통할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넣지 않았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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