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흥남철수 작전 당시 북한 피란민을 태우고 남쪽으로 내려온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원이 보내온 편지에 답장한 사실이 5일 뒤늦게 공개됐다.
이 배의 선원이었던 미국인 벌리 스미스 씨는 크루즈 여행 중 이날 부산항에 들러 1박 2일 일정으로 잠시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미스 씨는 지난 1월에 자신이 여행 중에 한국에 들른다는 소식을 담아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이 2월에 이 편지에 답장했다.
흥남철수작전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불리해진 전황을 맞아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하던 국군과 미군이 약 10만 명의 피란민을 경상남도 거제로 이송한 작전을 가리킨다.
흥남에서 출항한 마지막 배인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2월 23일 군수물자 25만t을 버리고 피란민 약 1만4000명을 태워 경남 거제로 항해한 것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부인, 딸과 함께 한국에 온 스미스 씨는 6일에는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있는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찾아 세상을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들을 위한 추도식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스미스 씨에게 보낸 답장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이었던 귀하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짧은 일정임에도 나의 고향 거제도를 방문해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념관을 보신다니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스미스 씨를 비롯해 ‘씨맨십(seamanship, 항해술)’을 가진 훌륭한 선원들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님이 거제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마음 같아서는 스미스 씨를 직접 부산에서 맞이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나의 일정이 허락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며 “나의 어머니도 연세가 91세로 고령이셔서 인사드리러 가기가 쉽지 않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 국장이 나를 대신해 귀하와 일행분들을 맞을 계획”이라며 “일정이 허락하면 오찬도 대접하고 거제에서 흥남철수에 대해 설명 드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보훈처는 UN군 6·25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에 준해 스미스 씨 일행의 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현재 흥남철수 작전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 중 생존자는 스미스 씨를 포함해 3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 생존 승선원 중 한 명인 로버트 루니 씨를 만나 감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