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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한부모에 대한 생각? "똑같은 가족인데 사회적 편견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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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대 남성이 두 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뒷모습.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한 40대 남성이 두 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뒷모습.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동거ㆍ입양ㆍ미혼모도 모두 똑같은 가족,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바라보는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혼인ㆍ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많이 약해졌지만 남들과 다른 모습의 이를 포용하는 분위기는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변수정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일 이러한 내용을 분석한 '다양한 가족의 제도적 수용성 제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사연, '다양한 가족' 국민 인식 조사 #'나 스스로 편견 있다'는 절반 못 미쳐 #미래 가족상으론 '전통'-'다양' 엇비슷 #"다양한 가족 위한 정책적 지원 늘어야"

변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8~9월 전국 19~69세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생활하는 형태'를 가족이라고 보는 비율은 61.7%였다. 동거 커플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6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부모ㆍ자녀 사이가 꼭 친부모ㆍ친자녀 사이여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도 34.8%만 동의했다. 입양 등 비혈연 가족을 인정하는 비율이 3명 중 2명에 가까운 것이다.

국민 다수는 동거와 입양, 한부모, 국제 결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도 모두 '가족'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국민 다수는 동거와 입양, 한부모, 국제 결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도 모두 '가족'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엄마나 아빠가 혼자 아이를 기르는 형태’(한부모)에 대해선 98.5%가 가족이라고 인식했다. 흑인ㆍ백인 등 다른 인종과의 가족 구성(국제결혼)도 90%가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변 부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혼인과 혈연, 양친, 한국인으로 이뤄진 가족 형태가 많았지만 이젠 서로 동일하지 않은 형태도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말 국내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한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말 국내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한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회의적이었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강하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 편견이 ‘전혀 없다’는 응답자는 2%, ‘별로 없는 편이다’는 7.5%에 그쳤다. 반면 ‘약간 있다’는 40.1%, ‘매우 많다’는 50.4%였다. 동거와 입양, 한부모ㆍ조손 가정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90%를 넘기는 것이다.

다만 본인 스스로가 편견이 있는지를 물어봤을 때는 기류가 달라졌다. 다양한 가족에 편견이 없다는 응답자가 55%로 절반을 약간 넘겼다. 편견과 선입견이 매우 많다는 비율은 5.9%로 가장 낮았다. 특히 대졸자와 미혼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덜한 편이었다.

국민의 90%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편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국민의 90%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편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족 방향에 대해선 ‘전통가족 중심’(51.8%)과 ‘다양한 가족 중심’(48.2%)이 엇비슷했다. 혼인ㆍ혈연 위주의 전통적 가족상과 넓은 범주의 개방적 가족상 중에 어떤 쪽이 더 바람직한지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이다. 이는 40세를 기준으로 세대 간 견해차가 뚜렷했다. 30대 이하는 다양한 가족에 무게를 뒀지만 40대 이상에선 전통 가족을 더 중시했다.

전통적인 가족보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많았다. 소득ㆍ건강ㆍ주거ㆍ출산 및 양육ㆍ일과 가족의 양립 등 5가지 분야에서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동의했다. 가족 유형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데도 10명 중 8명(80.6%)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은 전통적 가족과 비교했을 때 제도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은 전통적 가족과 비교했을 때 제도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변 부연구위원은 ”기존 정책과 제도가 다양한 가족의 상황을 면밀히 이해하지 못하고 설계된 경우가 많다. 산모ㆍ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이나 아이 돌봄 지원 사업 등은 다양한 가족이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서 "다양한 가족의 상황에 맞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혼인 관계 규정에 있어 동거 관계 등록 제도화 등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꾸준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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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도 다양한 가족 형태에 기반을 둔 정책적 배려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도경 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임신 초기부터 상담을 받거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미혼모 핫라인이 설치되면 낙태 대신 양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신혼부부 중심으로 혜택을 주는 주택 대출 제도 등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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