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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시 확대 추진 … 대선공약 ‘수능 절대평가’와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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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여년간 이어진 대입 수시모집 확대 기조를 깨고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절대평가 땐 변별력 낮아져 #대학들 정시 확대 힘들어져

교육부는 현재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올해 8월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원래는 지난해 8월 확정하기로 했으나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이 개편을 1년 유예했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 대통령 공약인 데다가 진보 성향의 단체들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요구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도 ‘정시 확대’ 자체엔 찬성 의견도 적지 않다. 정시에선 수능으로 합격자를 가리기 때문에 수능의 변별력이 핵심이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능 변별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정시 확대가 쉽지 않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시모집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정시는 ‘재도전의 기회’라는 측면이 있는데 수시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문제”라며 “수시는 수시답게, 정시는 정시답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수능 절대평가는 정시를 죽이기 때문에, 정부가 수시와 정시를 모두 살리려면 절대평가 계획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등급제 절대평가’가 아닌 ‘점수제 절대평가’ 도입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등급제 절대평가는 현행 수능 영어처럼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을 받는 식이다. 98점이든 92점이든 성적표엔 점수 없이 ‘1등급’으로만 표시돼 같은 등급 안에선 변별력이 없다. 반면 점수제는 등급 없이 시험에서 받은 원점수를 그대로 표시하는 식이다. 변별력은 높지만 수험생 부담 경감 효과는 적다. 이런 점 때문에 두 방식을 결합해 등급을 구분하지만 동점자의 경우엔 점수를 활용하는 방식도 언급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원점수를 활용하게 된다면 변별력 논란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수히 등급제가 아닌 절대평가에선 ‘수험생 부담 완화’라는 도입 취지가 희석된다. 김진우 전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절대평가는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을 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은 똑같이 보자는 것인데 점수를 쓰게 되면 같은 등급 안에서도 1점 차 경쟁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정시를 확대하려면 수능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고 수험생 부담을 완화하려면 변별력을 낮춰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거센 비판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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