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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에서 수소 에너지 만드는 세균 발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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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이 남한강 지천 퇴적토에서 발견한 절대 혐기성 세균 16종의 하나인 클로스트리디움 베이저링키의 현미경 사진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지난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이 남한강 지천 퇴적토에서 발견한 절대 혐기성 세균 16종의 하나인 클로스트리디움 베이저링키의 현미경 사진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골칫거리인 음식물 쓰레기에서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세균이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4일 지난해 남한강 지천의 퇴적토와 주변 토양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절대 혐기성 세균 16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내 미기록종은 해외에서는 보고됐으나 국내에서는 처음 확인된 생물 종을 말한다. 절대 혐기성(嫌氣性, anaerobic) 세균은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세균이다.

[자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자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번에 발견된 세균은 클로스티리디움(Clostridium) 속(屬)의 세균이 10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보톡스' 원료 독소를 생산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균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남한강 일대에서 발견된 클로스트리디움 속의 혐기성 세균들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남한강 일대에서 발견된 클로스트리디움 속의 혐기성 세균들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대신 음식물 쓰레기 같은 유기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베이저링키 균, 뷰틸 산을 생산하는 뷰티리컴 균, 뷰탄올을 생산하는 사카로퍼뷰틸아세토니컴 균 등이 발견됐다.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베이저링키 균은 음식물 쓰레기 1g을 분해해 128mL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이미화 원핵생물자원조사부장은 "혐기성 세균의 경우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서 산소를 공급해 줄 필요가 없어 처리 비용이 저렴하고, 유해 세균이나 기생충 번식 우려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함께 발견된 파라클로스트리디움(Paraclostridium) 속의 비퍼멘탄스 균은 모기 유충에 치명적인 독소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는 이 균의 독소를 활용해 모기 유충을 죽이는 제품이 개발됐다. 국내에서도 이번에 발견된 균주를 활용할 경우 관련 제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이 남한강 일대에서 발견한 절대 혐기성 세균들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이 남한강 일대에서 발견한 절대 혐기성 세균들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번 조사에서 함께 발견된 롬보우치아·카르노박테리움·박테로이데스·프리보텔라 속 세균은 자일란·셀룰로스와 같은 고분자 탄수화물을 발효해 유기산이나 알코올을 생산한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견된 16종 세균을 생물자원은행(fbcc.nnibr.re.kr)을 통해 오는 6월부터 산업계와 학계 등 연구기관에 분양할 예정이다.

절대 혐기성 세균(Obligate Anaerobic Bacteria)이란

일반 동물이나 세균과 달리 산소가 있으면 살 수 없는 세균을 말한다. 산소 원자 두 개로 이뤄진 산소 분자가 쪼개질 때 독성을 지닌 활성 산소가 만들어진다. 호기성(好氣性, aerobic) 세균은 산소 독성 제거 효소를 갖고 있어서 산소 독성을 중화할 수 있다.
반면 혐기성 세균은 산소 독성을 제거할 수 없어서 산소(활성 산소)에 노출되면 죽게 된다. 혐기성 세균 중에서도 산소에 가장 민감해 아주 작은 농도의 산소 존재 하에서도 살지 못하는 세균을 절대 혐기성 세균이라고 한다. 조건부 혐기성 세균의 경우 살아가는 데 산소가 필요하지 않지만, 산소 독성을 중화할 수 있어 산소가 있는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세균을 말한다.
한편, 절대 혐기성 세균은 발효나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발효는 유기물을 일부 분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말한다. 절대 혐기성 세균의 호흡은 산소 대신 황산이나 질산, 철, 일산화탄소 등을 이용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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