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 과감하게 ! 강심장 미셸 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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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가 아슬아슬하게 홀을 스쳐 지나가자 미셸 위가 쪼그려 앉아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란초미라지(캘리포니아) AP=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카리 웹(호주)이 9언더파, 같은 조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7언더파. 그러나 오초아는 마지막 18번 홀(파 5)에서 2.5m 이글 퍼트를 남겨 놓고 있었다. 미셸 위는 이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투 온을 노렸다. 공은 그린을 맞고 튀더니 프린지까지 흘러내렸다. 그래도 홀까지 약 7.5m 거리여서 버디는 무난해 보였다.

8언더파로 웹에게 한 타 차 뒤져 있던 미셸 위로서는 세 번째 샷을 핀 가까이 붙이기만 하면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 많은 사람은 그가 퍼터를 꺼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6세5개월의 이 소녀는 예상을 뒤엎고 웨지를 잡았다. 핀을 직접 공략해 우승을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과감한 칩샷을 했지만 공은 홀을 지나 3m가량 흘러 내려갔다. 그리고 버디 퍼트마저 홀 왼쪽을 핥고 지나가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미셸 위는 웹, 오초아에 이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메이저대회에서 3위에 올라 10만8000달러(약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미셸 위는 18번 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퍼트보다는 칩샷을 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장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웨지로 핀을 직접 공략하면 성공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미셸 위의 '마이웨이'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실패라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생애 가장 큰 시험을 치르면서도 그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 속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버디 5, 보기 3개)를 치며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두 오초아에게 3타 뒤진 채로 4라운드 경기를 시작한 그는 1, 2번 홀 연속 버디로 오히려 오초아를 압박했다.

코스 왼편에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는 18번 홀의 드라이브샷도 압권이었다. 미스샷을 우려해 우드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하게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300야드 이상 공을 날려 보내 정확히 페어웨이에 떨어뜨렸다.

PGA투어 대회에 자주 출전해 남자선수들과 대결하는 것도 미셸 위의 '마이웨이'다. 대회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프로 데뷔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선 4위를 하고도 실격당했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2월 LPGA투어 필즈 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올라 논란을 잠재웠고, 메이저대회에서 과감하게 우승을 노리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미셸 위는 "다음 출전하는 대회는 한국이다(5월 4일 SK텔레콤오픈). 한국 팬들 앞에서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미셸의 '마이웨이'는 진행형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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