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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철 "나더러 천안함 주범" 발언 다음날 남측 공연 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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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 공연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참석자들이 '다시 만납시다'를 같이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 공연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참석자들이 '다시 만납시다'를 같이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노동신문이 3일 천안함 폭침 사건을 “남조선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이 전날 평양을 방문 중인 남측 기자단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다”라고 한 다음날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치졸한 모략극인 천안호(함) 침몰사건의 진상은 이미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천안호 침몰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의 이 논평은 지난 23일 천안함 폭침 등 북한 도발로 숨진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서해 수호의 날’을 비난하며 나왔다. 서해 수호의 날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북한은 이 기념식을 두고 “유치한 대결광대극”이라 비난하면서 “지난 시기 남조선에서는 천안호 침몰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일엔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그 누구의 도발에 의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해 동족대결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광대극”이라고 주장했다. 2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는 셈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지난해 3월 26일 북한에 의해 폭침돼 두 동강난 천안함이 인양되고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지난해 3월 26일 북한에 의해 폭침돼 두 동강난 천안함이 인양되고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이 2일 남측 기자단에게 한 발언엔 남측에서의 논란을 눙치고 지나가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남측에선 그렇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당시 군 정찰총국장을 지냈다. 천안함 폭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지목돼온 이유다. 현재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역할을 하는 김영철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방한했다. 당시에도 그의 방한을 정부가 수용한 것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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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7일 정상회담 이전에 천안함 논란이라는 걸림돌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김영철의 발언은 예고편이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곽길섭 원코리아연구센터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돌파구를 찾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3일엔 북한 당국을 대표해 남측 예술단의 남북 합동 공연을 관람했다. 군 시절부터 김영철의 오른팔이었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공연을 지켜봤다. 김영철은 공연 후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예술단을 초청해 만찬도 주재했다. 북한의 대남 담당 총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진행된 남측 단독 공연에 깜짝 참석했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 공연에서 이선희가 북측 가수와 열창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 공연에서 이선희가 북측 가수와 열창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공연은 오후 3시30분(북한 시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남측 예술단 11팀과 삼지연관현악단의 합동 무대로 꾸며졌다. 공연 후반 이선희ㆍ최진희ㆍ백지영ㆍ서현ㆍ레드벨벳 등 남측 가수들과 북측 가수들이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라는 가사가 담긴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합창했다. 피날레는 남북 출연진 모두가 무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하며 장식했다. 피날레 부분에선 김영철과 이선권과 함께 남측 예술단 단장을 맡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남북 인사들이 기립해 손을 잡고 합창을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은 소감을 묻는 남측 기자단에 “남북 가수들이 실수 하나 없이 너무 잘했다”며 “(남북이)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남측 예술단은 이날 공연을 마치고 김영철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한 뒤 밤 늦게 이스타항공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으로 귀환한다.
전수진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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