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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빙하 바닥 6년만에 서울 2.4배 녹아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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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하의 바닥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남극 빙하의 바닥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남극 일대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저 빙하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래에 해안 도시들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영국 연구팀 아르키메데스 부력 원리 이용해 측정 #2010~2016년 1463㎢ 녹아…20년마다 2배 빨라져 #"북극권 그린란드 제치고 해수명 상승 가장 큰 요인" #뉴욕, 런던, 상하이 등 해안도시 미래 침수 위협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리즈대 극지방관찰센터 연구팀은 남극 일대 해저면 빙하의 면적이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에 1463㎢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의 2.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까지도 남극 빙하는 안정된 상태로 여겨졌고,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북극권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꼽혔다. 하지만 남극 해저의 빙하가 녹는 규모가 20년마다 두배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남극이 북극보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그동안의 인식과 달리 바닷물의 온도가 조금만 상승해도 매년 남극 해저 면에 닿아있는 빙하의 바닥이 매년 5m씩 녹아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일부는 해저 2㎞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한 앤드루 셰퍼드 교수는 "해저여서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남극이 바닥에서부터 녹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남극의 영향이 그린란드를 넘어서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는 남극 빙하의 가장자리 1만6000㎞에 걸쳐 있는 최저 지점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럽우주국(ESA)의 크라이오샛-2(CryoSat-2) 위성자료와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원리'를 이용해 남극 해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빙하의 높이 변화를 토대로 바다 밑바닥에 닿은 대륙빙하의 면적을 계산했다.

보라색과 파란색 부분이 오존층이 적은 곳이다. [미항공우주국]

보라색과 파란색 부분이 오존층이 적은 곳이다. [미항공우주국]

 해저 빙하가 가장 많이 녹은 지점은 서남극 대륙이었다. 서남극 대륙 빙하의 65개 빙하 중 8개가 빙하기 이후 평균 해빙 속도의 5배를 넘는 속도로 녹아내렸다. 학계 일각에서 빙하의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동남극 대륙에서도 빙하가 녹거나 현상 유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연구 결과 해수면 상승 예상치를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극 지역 빙하가 계속 급속히 녹을 경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홍콩, 호주 시드니, 인도 뭄바이 등 해안 도시들이 장기적으로 침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구 온난화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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