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집트 엘시시, 97% 득표율로 압승했지만 … 경제난, 젊은층 냉소에 골치

중앙일보

입력

이변은 없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64)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달 26~28일 치러진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해 다시 권좌에 앉게 됐다.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러 나온 시민들 [EPA=연합뉴스]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러 나온 시민들 [EPA=연합뉴스]

CNN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엘시시 대통령이 9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보도하며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약 6000만 명에 달하는 이집트 유권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엘시시는 지난 2013년 쿠데타를 일으킨 후 2014년 5월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가 연임을 위해 도전한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선거를 앞두고 엘시시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사들이 체포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을 겪어 차례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특히 엘시시에 맞설 유력한 주자로 꼽혔던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가 행방불명됐다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 불출마를 발표한 사건은, 유권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CNN은 “야권 인사들은 엘시시가 경쟁자들을 협박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공정성 시비가 크게 일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무사 무스타파 무사 ‘가드당’ 대표만이 엘시시와 함께 출마했지만, 무사는 거의 무명인 데다 선거 직전까지 엘시시를 지지해온 인사였다. 한마디로 엘시시의 독주였단 얘기다.

때문에 젊은층은 아예 투표 자체에 등을 돌렸고, 투표율은 41%에 그치고 말았다.

외신들은 엘시시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산적한 난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NN은 “2011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지만,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인들의 삶은 더욱 악화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심해졌고 생활비는 늘어났으며, 테러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엘시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재선을 축하하며, 미국은 이집트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계속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 위해 엘시시 대통령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집트 국민들의 정치 참여 기회가 늘어나고 기본권이 보장받을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