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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투수 부진 때마다 나오는 그 이름 '해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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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해커를 볼 수 있겠다.'

2018 시즌 프로야구 외국인 투수 부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이 하나 있다. '에릭 해커'.

NC 다이노스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뛴 오른손 투수 에릭 해커. [중앙포토]

NC 다이노스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뛴 오른손 투수 에릭 해커. [중앙포토]

미국 텍사스 출신인 해커는 2013년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5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56승34패, 평균자책점 3.52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한국 무대에 적응하면서 2015~17년까지 3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19승(5패)을 올려 다승왕이 돼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NC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창단 멤버와 다름없는 장수 투수 해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젊고 새로운' 마운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20대의 젊은 투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983년생인 해커는 올해 만 35세다.

해커도 NC 구단의 뜻을 받아들이고, 지난겨울 열심히 재취업을 준비했다. 미국·일본·대만 등 다른 리그도 문을 두드렸지만 계약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 집에서 열심히 개인 훈련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투구하고 있는 해커. [중앙포토]

투구하고 있는 해커. [중앙포토]

지난달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이정문 전 NC 통역의 도움을 받아 해커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해커는 "하루 종일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운동을 하고 있다. 오후에는 캐치볼 시작으로 불펜, 라이브 피칭을 하고 있다. 원래 시즌을 준비하던 것처럼 그대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리그가 개막을 했기 때문에) FA(자유계약) 시장이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여러 리그의 팀들과 협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새 팀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나는 충분히 건강하고, 우승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해커가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O리그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수시로 한국어로 근황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1일에는 3.1절을 기념하며 한국어로 '한국 독립 운동가분들의 멋진 용기에 존경을 표합니다'라며 자신이 직접 그린 태극기를 올리기도 했다. 해시태그에는 'KBO'가 빠지지 않는다.

해커는 "야구 인생에서 한국은 가장 큰 부분이었다. 아마 야구 인생의 30~40%를 보낸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은 나의 제2의 고향이기도 한다. 여전히 한국 팬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어서 한국어로 글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투수 에릭 해커 딸 칼리. 지난해 추석을 맞이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칼리는 2013년 9월 19일 추석 당일, 한국에서 태어났다. [사진 에릭 해커 SNS]

투수 에릭 해커 딸 칼리. 지난해 추석을 맞이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칼리는 2013년 9월 19일 추석 당일, 한국에서 태어났다. [사진 에릭 해커 SNS]

해커의 딸 칼리(5)은 지난 2013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칼리는 한국에서 태어난 첫번째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의 아이다. 그래서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인 친구들도 많다. 칼리는 NC 팬들에게 '승리요정'으로 불렸다. 칼리가 경기장에 오는 날, 해커가 승리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해커는 "딸이 한국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 자주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 대해서 물어본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미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길다. 그래서 칼리는 한국에 다시 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해커는 올해 KBO리그에 돌아올 수도 있다. 그간 KBO리그에선 외국인 투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하면 시즌 도중 교체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실패 가능성이 낮은 이미 검증된 투수를 데려오는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 해커는 대체 선수 영입 리스트에 올라갈 만하다. 외인 투수 부진 기사 댓글에는 '조금 있으면 해커를 볼 수 있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일부 구단 팬들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자, 해커의 SNS에 찾아가 '우리 팀에 와달라'고 하고 있다.

해커는 "NC 팬들과 KBO 리그 팬들 모두 잘 대해줘서 감사하다.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팬들은 최고였다. 구장에서 느끼는 열정과 분위기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어느 팀에서든 뛰고 싶다. 나의 KBO리그 팬들은 여러 곳에 있기 때문에 어느 구단에서든 뛰고 싶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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