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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정연주 배임·장자연리스트, 재조사 결정

중앙일보

입력

과거사위 2차 사전조사 대상 5건 선정  

‘용산참사’와 ‘KBS 정연주 배임 사건’ 등 논란이 됐던 5건의 과거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진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는 2일 과거 검찰 수사과정에서 검찰권 남용 등의 의혹이 불거진 사건 5건을 2차 사전조사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외에도 피의사실 공표죄로 수사가 이뤄진 사건들을 ‘포괄적 조사사건’으로 규정해 수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건 리스트를 넘겨받아 과거 수사기록 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재조사에 나선다.

이날 과거사위가 선정한 2차 사전조사 대상사건은 ▲춘천 강간살해 사건(1972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1990년) ▲KBS 정연주 배임사건(2008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용산참사 사건(2009년) 등이다.

과거사위 2차 선정에서 사건 5건 확정 #

사전조사 대상 중 8건은 본조사 돌입  

과거사위는 앞서 지난 2월 6일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 12건의 1차 사전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이 중 본조사에 돌입할 8건의 사건이 확정됐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과거사위가 선정한 총 18건의 사건 리스트를 넘겨받아 과거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재조사에 나선다. 과거사위가 대상 사건을 선정하면 진상조사단이 사건을 조사하고, 다시 그 결과를 위원회가 심의·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2월 출범해 지난 4개월간 재조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10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재조사 대상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거나 검찰권이 남용된 사건, 검찰이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 등이다. 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상당한 상황에서 검찰이 공소조차 제기하지 않는 등 윗선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 사건도 재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재조사 테이블 오른 2009년 용산참사

2009년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정병두 특별수사본부장. [중앙포토]

2009년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정병두 특별수사본부장. [중앙포토]

2009년 용산참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농성에 참가한 철거민 20명과 용업업체 직원 7명을 모두 사법처리했다. 하지만 과잉진압 의혹이 불거진 경찰의 대응에 대해선 사전준비나 작전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적법한 작전수행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등 경찰 지휘부와 현장 진압 실무자들에 대해선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사건도 재조사 대상 

2008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행ㅁ요구 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 [중앙포토]

2008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행ㅁ요구 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 [중앙포토]

KBS 정연주 전 사장의 배임 사건은 검찰이 이른바 ‘정치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표적 사례다. 2008년 당시 정 전 사장의 해임과 검찰 수사에 대해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앉히기 위해 정 전 사장을 강제 퇴임시키고 검찰 수사선상에 올렸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정 전 사장은 해임무효 청구 소송을 내고 약 4년간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받았다.

'장자연 리스트' 의혹 9년 만에 밝혀지나 

2009년 경찰의 장자연 사건 수사결과 발표. 오른쪽은 그해 경기도 성남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고 장자연씨 발인식 [중앙포토]

2009년 경찰의 장자연 사건 수사결과 발표. 오른쪽은 그해 경기도 성남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고 장자연씨 발인식 [중앙포토]

2009년 3월 신인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성접대를 폭로하는 문건을 남기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역시 재조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연예 기획사 관계자, 대기업·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약 100여 차례의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를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른바 ‘성상납 리스트’에 오르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10여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장씨 사건의 경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 20만 건의 동의수를 넘긴 상태다.

한편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를 맡을 진상조사단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4만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등 내실있는 재조사를 위해선 인원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찰청은 진상조사단의 조사상황과 필요인력 등을 검토해 증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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