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자회담' 북측 주장 반박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北京) 6자회담과 관련, 미국이 반격을 시작했다. 북한은 무용한 회담이었다고 연일 비난 성명을 내고, 중국도 "미국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내.외신 기자들에게 배경 설명을 하면서 "실제 회담장에서 논의된 것은 북한의 주장과 다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북한은 우리가 얘기한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얘기할 것이라고 자기들이 믿고 있던 내용을 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조건 핵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발언 기록을 다 검토하고, 대표단에도 확인했지만 미국은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도 '무조건'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표단은 핵을 포기하는 게 이익이 된다고 북한을 설득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나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 회담에선 미국이 북한에 대해 훨씬 부드럽게 대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 대표단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면서 제한 없이 할 얘기를 다했다. 미국의 목표가 무엇이고, 왜 그런 입장을 취하는지 분명히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의심할 필요 없이 미래가 보장되고, 핵을 포기하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안보 문제도 진지하게 다룰 수 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비핵화의 후속조치들을 미.북 양자가 합당한 방법으로 토론할 수 있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 대표단은 사전에 지시받은 대로만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어떤 경우엔 매우 공격적인 언사를 사용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이 막무가내였다는 북한의 비난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진지한 접근을 북한이 왜곡했다는 미측 주장이 진실인지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의 '아우성'은 부분적으로 효과를 본 것 같다. 이날 브리핑은 북한의 핵 폐기에 앞서 체제보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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