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기 감독, 로봇 태권 V 이색 전시회
가슴에 'V'가 크게 그려진 '로봇 태권 V'가 웅크리고 앉아 조선 시대 장터를 내려다본다. 로봇 태권 V '무쇠 팔'에 갓을 쓴 선비와 아이들이 올라앉아 로봇 태권 V를 재밌다는 듯 쳐다본다.
1976년 로봇 태권 V를 발표하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김청기(77) 감독이 그린 엉뚱산수화 '장이 서는 날', '성안 사람들'에 담긴 모습이다. 엉뚱산수화는 조선 시대 수묵산수화 같은 그림에 난데없이 태권V가 등장하는, 말 그대로 엉뚱한 산수화를 뜻한다.
2016년부터 경북 상주시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이 오는 30일까지 경북도청 1층 로비에서 '로봇 태권 V'를 주제로 한 이색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는 그가 그린 엉뚱산수화 20여점이 소개된다.
절벽에 지은 누각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는 선비들에게 태권V가 말을 걸고 있는 풍경, 단풍이 진 가을 숲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소년과 태권V가 마주 보고 있는 풍경 등이 그려진 산수화들이다. 또 키가 2.5m에 달하는 사람보다 큰 대형 로봇 태권 V 등 크고 작은 로봇 태권 V 모형인형도 관람객들을 만난다.
경상북도 측은 "김 감독은 지난해 애니메이션 부분 경상북도 최고 장인에 선정됐다. 5월 가정의 달과 연계한 이색 전시회가 경북도청에서 열리게 된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로봇 태권 V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40, 50대가 됐다. 그런데 (나는 아직) 로봇 태권 V 만들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래서 로봇 태권 V를 더 멀리 보내버리기로 했다. 조선 시대로."라고 했다.
김 감독은 로봇 태권 V뿐 아니라 똘이장군, 우뢰매 시리즈 등 50여 편의 만화영화 작품을 제작한 우리나라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