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공교육' 10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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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문화인.평화인'

한국 최초의 공립 고교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고인 경기고교의 교훈이다. 강남구 삼성동 74일대 3만5000여평의 캠퍼스를 돌아보다 보면 마치 대학교를 찾아온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 학교의 교육 모토는 수준높은 공교육과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 조성.

이영만(60) 교장은 "학생들사이에 명문에 재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전통의 명문 공립고교답게 사교육의 1번지인 강남에서 공교육을 활성화하고, 학부모와 학생을 감동시키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우리 학교의 경영관이다"고 말했다.

예컨대 학년별.수준별 맞춤형 보충학습의 강화다.
국어.영어.수학 등 3과목에 대해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하루 2시간씩 주 1~2회씩 보충 학습을 한다. 방과 전.후 자율 학습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3학년은 오전 7시30분까지 교실에서 자율 학습을 하고,1~2학년은 오전 8시부터 자율학습과 독서.생활영어 방송 청취를 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독서의 경우 국어 수행 평가에도 반영된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수학.영어 위주의 사교육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국어 학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황귀연(52)교감의 설명이다. 오후 6~10시에 진행되는 방과후 자율 학습에 교사를 배치하고 저녁까지 준다.

경기고 학생들은 개인별로 진로탐색장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제공해준 일종의 자기탐색 프로그램이다. 3년간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성격.적성.가치관.학습능력 등은 물론 건전한 직업관.일터 탐방 등 일일이 체크하고 현장 체험을 통해 고교 졸업후 진로를 현명하게 선택할 수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이교장은 직접 모든 학생과 진로 면담을 실시한다. 이교장은 "학생들에게 학업 성적순으로 대학교를 선택하도록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학생들의 성적과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로를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학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매년 학급별로 월~목요일 나흘간 방과후에 교내에 있는 생활관인 '화동랑의 집'에 입소시킨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교사와 부모와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누고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부모들에게 선사하는 소중한 기회도 갖게 된다.

또 졸업생을 초빙해 고교 생활을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학교측은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동창회 등을 함께 아우르는 학교공동체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년 4차례씩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실시한다. 이때 성적표.학교소식지 등을 함께 우편으로 발송해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낸다. 학부모들은 봉사단을 결성,불우이웃을 찾아 학생들과 함께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봉사활동을 통해 호흡을 함께 한다.

◇경기고
= 1900년 국내 최초의 관립중학교로 서울 종로구 화동 1번지에서 개교했다. 이후 관립한성고~경성고등보통학교~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경기공립중학교순으로 교명과 학제가 바뀐뒤 1951년 중.고등학교로 분리됐다. 그러나 71년 중학교를 폐쇄하고 76년 현재의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했다. 현재 43학급 1511명의 학생이 재학중에 있으며 그동안 3만9926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때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등 3부 요인을 동시에 배출할 정도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차지한 비중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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