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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해법 찾는 문 대통령 "'단계적 이행' 최대한 압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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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청와대가 ‘단계적·포괄적 북핵 해법’과 관련,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 큰 대북 보상이 걸린 결정적 국면에 이르기 전까지의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1일 밝혔다. 단계를 잘게 나눠 최대한 보상을 챙기려는 북한의 살라미식 전술과 선(先) 핵 폐기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일괄타결식 접근 사이에서 제3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리비아식은 북에 적용 못해 #단계 비핵화 이행하되 최대한 압축” #북·미 비핵화 해법 사이 접점 모색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로드맵은 북한과 미국이 합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우리는 양쪽이 타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우리 로드맵도 제시해 북·미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핵 동결→핵 폐기라는 단계적 해법의 틀 안에서 마지막에 북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및 한반도 평화협정 등을 한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타결하는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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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수락하는 등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일괄타결에 비유되는 청와대의 ‘고르디우스의 매듭’ 발언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거론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김정은은 방중 기간 “한·미가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제기했다. 이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마다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청와대는 일괄타결 방식에 너무 무게가 쏠리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지금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검증과 폐기는 순차적·단계적으로 밟아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적절한 보상을 해 주기보다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서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비핵화의 방법과 원칙은 남·북·미 정상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합의를 보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면서 북한의 살라미식 전술에 말려들지 않는 제3의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국면마다 이정표를 제시해 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지난달 31일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심포지엄에서 “한꺼번에 줬다가 북한이 말을 안 들으면 손해인 만큼 단계별로 주고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건은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는 것이다. 핵 관련 초기 조치 단계에서는 제한적인 보상만 제공하고 결정적인 비핵화 조치 단계에 그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보상을 걸어 둠으로써 북한이 조치에 속도를 내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내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검증이나 사찰 등 단계적인 방식을 안 밟아 나갈 수는 없다”며 “그러나 단계를 밟아 나가는 데 있어서는 최대한 압축하고 빠른 시간 내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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