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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 놓고 미묘한 검찰-공정위…같이 인도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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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같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ICN에 참석한 김상조(왼쪽) 공정거래위원장과 이두봉 서울중앙지검 4차장. [중앙포토]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같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ICN에 참석한 김상조(왼쪽) 공정거래위원장과 이두봉 서울중앙지검 4차장. [중앙포토]

검찰이 ‘전가의 보도’로 여겼던 기존 특수 수사를 대폭 줄이는 대신, 공정거래ㆍ조세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수사 활로를 새롭게 모색하고 나섰다. 검찰 보직 간부가 김상조(56)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경쟁법 분야 세계 최대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할 정도다. 올 1월 청와대가 발표한 ‘사법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경제와 금융 등 특정 분야로 한정돼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이두봉(54ㆍ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구상엽(44ㆍ30기) 공정거래조사부장은 지난 21~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ICN 연차총회는 전 세계 각국에서 반독점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 수장들이 모이는 행사로 미국ㆍ일본 등 전 세계 125개국이 참여해 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초대 4차장검사에 선임된 이두봉 차장은 공정거래ㆍ조세ㆍ범죄수익환수 등의 분야를 맡고 있다. 한국에선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거래위원장만이 ICN에 참석했다. 법무부ㆍ검찰은 공정위와 별도로 지난해 ICN으로부터 가입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역시 기업결합ㆍ카르텔(담합) 등 경쟁법 이슈를 다루는 당국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김상조 위원장과 검찰 간부들이 함께 식사도 하면서 최근 발생한 이슈를 놓고 토론 기회를 가지는 등 유익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정위와 검찰은 전속고발권ㆍ자진신고자 면책 조항(리니언시) 등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낸 바 있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2014년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을 견제할 목적으로 감사원장·중소기업청장·조달청장에게도 고발 요청권이 부여됐다. 전속고발권이 일부 완화됨에 따라 이들 기관장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정위는 지난달 행정지침을 변경하면서 “타 기관에 요청에 따른 고발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총장의 고발 요청 권한을 무력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실 검찰 입장에서 볼 때 전속고발권 제도는 1980년대 일본식 제도의 유산이다. 80년 12월 공정거래법을 제정할 당시 일본법을 주로 참고했기 때문이다. 전속고발제도 역시 당시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왔다.

이건리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전속고발제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경제발전과 산업부흥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조정하고 통제하는 등 정책적 필요성이 있었다”면서도 “이젠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춰볼 때 전속고발제도는 재검토되고 원칙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점적인 경쟁법 관할 정부 기구가 따로 없다. 미 연방정부 법무부 산하 반독점국(Antitrust Division)에서 공정거래법 주무 역할을 담당하고, 카르텔 분야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관할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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