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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스캔들 터지자 우즈는 부인보다 어머니를 더 두려워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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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호 22면

[성호준의 주말 골프인사이드] 우즈 사생활 파헤친 책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에 대한 전기 『타이거 우즈』의 표지. 우즈 측에서는 ’책에 지독한 실수들이 있다“고 비난하지만 전반적으로 우즈의 성장과정을 다층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타이거 우즈에 대한 전기 『타이거 우즈』의 표지. 우즈 측에서는 ’책에 지독한 실수들이 있다“고 비난하지만 전반적으로 우즈의 성장과정을 다층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6개월 된 아기를 차고 의자에 앉혀 놓고 아버지는 5번 아이언으로 스윙했다. 아버지가 공을 한 번 치고 나면 아기는 입을 벌렸고 어머니는 이유식을 먹였다. 42년 전인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타이거 우즈(43·미국)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골프 천재 만든 슬픈 가족사 #얼 우즈, 아들에게 전쟁 스킬 가르쳐 #어머니는“상대 죽여 심장 가져와라” #마이클 잭슨의 일탈과 비슷 #부모 기대 부응하려 욕구 억눌러 #나쁜 짓 해보고 싶은 충동에 빠져 #오랜 방황 끝 달라진 우즈 #“이젠 오직 나만을 위해 골프할 것” #어둠 뚫고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어

뇌신경학자들은 신생아의 반복적 경험은 뇌에 강력하고 오래 지속하는 효과를 만든다고 한다. 차고에서 스윙을 보고 음식을 먹으면서 부모와 강력한 신뢰관계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우즈는 11개월이 되자 의자에서 내려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만든 조그만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네트에 맞혔다. 소아 심리학자들은 똑똑한 아이들은 부모님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욕망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힘들더라도 부모가 바라는 아이라는 증명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즈의 전기 『타이거 우즈』가 최근 미국에서 발간됐다. 우즈는 사생활에 대한 강박이 있다. 그의 요트 이름은 ‘프라이버시(사생활)’이며 물고기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이빙을 좋아한다. 두 살 때부터 TV에 나오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됐지만 사생활은 철저히 숨겼다. 언론인 제프 베네딕트 등은 250명 이상의 우즈 주위 인물을 인터뷰, 그의 사생활을 파고들었다. 우즈가 지독하게 숨겼기 때문에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 나온 듯하다.

우즈가 사생활을 숨긴 건 이해가 된다. 아버지는 15세 때 고아가 됐고 독재자 같은 누나 밑에서 자랐다. 야구 선수 시절, 또 군 복무 때 인종 차별을 겪었다고 생각하며 아들이 대신 한을 풀게 하려 했다.

1995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즈가 보비 존스 이후 처음으로 2연속 우승을 했을 때다. 얼 우즈는 파티장에서 술에 취해 “흑인이 최고다. 보비 존스는 내 아들 엉덩이에 키스해라”고 해 분위기를 썰렁하게 했다.

얼 우즈는 태국에서 하급 장교로 근무할 때 12살 어린 쿨티다 푼사와드를 만났다. 전 부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쿨티다를 미국으로 데려와 결혼했다.

쿨티다도 상처가 많다. 5살 때 부모가 이혼했다. 자신의 부모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에게 모든 걸 바쳤다.

우즈는 18개월이 되면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 그렇지 않을 때는 방에 혼자 있었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모뿐이라고 생각했다.

우즈는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고 싶어 했다. 선생님은 팀 스포츠를 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장점을 설득하려 했지만 아버지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타이거 우즈의 가족 사진. 어렵게 얻은 외아들이 골프에 천재성을 보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분열했다. [중앙포토]

타이거 우즈의 가족 사진. 어렵게 얻은 외아들이 골프에 천재성을 보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분열했다. [중앙포토]

어린 시절 우즈는 말더듬증을 앓았다. 그러나 골프에 관해서 얘기할 때는 그 증세는 하나도 없었다. 우즈는 똑똑하다. 고교시절 공부를 아주 잘하고 골프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학교에서 존재감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그는 용기를 내서 치어리더를 하는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다이나 그라벨은 다른 또래 남자 아이들과 달리 허세가 없고 조용한 우즈를 좋아했다. 그런 우즈는 골프채를 들면 완전히 달라졌다. 다이나는 “진짜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 달라”고 했으나 우즈도 그 답을 몰랐다.

우즈는 아버지로부터 “이기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배웠다. 어려서부터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골프도 무료로 했고 용품도, 레슨도 공짜로 받았다. 아버지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우즈는 모든 책임에서 면제됐고 감사할 이유가 없다고 배웠다.

얼 우즈는 전장의 심리전, 그리고 전쟁포로가 됐을 때를 대비해 가르치는 군대 스킬을 아들에게 전수했다. 퍼트할 때 일부러 소리를 냈다. 아들에게 “이 조그만 XX야. 검둥이 XX야, 골프채로 나를  내리찍고 싶지, 그런데 그럴 용기나 있냐, 이 XX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얼 우즈는 “아들을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으며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했다.

어머니도 강했다. 우즈를 대회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상대를 완벽히 밟아야 한다. 다정하게 대해 주면 그들이 돌아와 등을 찌를 것이다.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심장을 가져와라”고 가르쳤다.

우즈는 아버지를 비난하는 언론인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묘비를 세우지 않았다. 그 결정은 어머니가 한 것으로 보인다. 쿨티다는 “그 늙은이는 마음이 여리다. 나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9년 섹스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우즈가 두려워한 여성은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이 아니라 어머니였다. 우즈는 아버지를 숭배했지만 어머니를 학대한 점은 증오했다. 어머니는 이혼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며 아들을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아버지의 족적을 따라가는 자신을 어머니가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우즈도 결점을 배웠다. 부모의 불화 속에서 우즈에게 유일한 의지가 됐던 여자친구, 자신의 공직을 걸고 우즈의 대회 경비를 마련해 준 은인을 배신했다.

뉴욕타임스는 ‘골프 얘기를 빼면 범죄드라마에 나오는 소시오패스 얘기’라고 썼다. 우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임종을 지키지 않고 근처 빌라에서 란제리 모델과 섹스를 했다. 그가 불륜 대상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옮기기 힘든 폭력과 변태적 학대 표현으로 가득하다. 아버지는 포르노그래피를 즐기면서 아들 돈으로 개인 비서, 회사 비서. 여행 비서, 재단 비서, 요리사, 트레이너, 개 트레이너, 마사지사, 하우스키퍼, 손톱관리사까지 고용했다. 그중 일부는 섹스 상대였다.

책은 우즈의 일탈이 마이클 잭슨과 비슷하다는 증언도 소개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찾은 여인들은 심해 다이빙이나, 특수부대 훈련처럼 우즈의 공허함을 채울 또 다른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즈는 다르다. 여러차례 수술을 겪고 아이도 생긴 그는 지난해 “절대로 아버지나 어머니나 에이전트나 나이키 같은 스폰서나, 나의 재단이나 팬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골프를 하겠다. 오직 나만을 위해서 하겠다”라고 했다.

요즘 우즈는 경기 중 자주 웃고 팬들과 눈도 맞춘다. 우즈는 이제 어둠을 뚫고 밝은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평안을 얻을 때도 됐다.

성호준 기자·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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