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9명이 내다본 '10년 후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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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왼쪽부터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안찬일 건국대 교수, 임윤미씨, 장해성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수 서강대 교수. 해외체류 중이거나 얼굴 공개를 꺼리는 이들은 빠졌다.

안찬일(52)씨는 미국 미시간대를 거쳐 컬럼비아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북한 전문가로 여러 권의 책과 논문을 쓴 그는 건국대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그런 안씨가 탈북자 출신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군에 복무하던 1979년 휴전선을 넘어온 '귀순용사'라는 걸 알면 다들 놀란다. 안씨는 "남쪽사람들은 탈북자란 말과 엘리트.학자 같은 단어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씨를 비롯한 탈북자 출신 교수.연구원들이 이같은 우리 사회의 편견에 도전장을 냈다. 북한 관련 학술서 '10명의 북한 출신 엘리트들이 보는 10년후의 북한'(인간사랑)을 펴낸 것이다.

이 책은 이론적 접근과 함께 정보기관의 컴퓨터 도입 실태에서 연애풍속 변화까지 생생한 북한 정보를 담았다.특히 스위스.이탈리아에서 외교관을 지낸 김동수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에 대한 보고시스템을 처음 공개했다.

발간비용을 쾌척한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발간 기념모임에서 "탈북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업그레이드할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집필진으로는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영훈 일본 게이오대 초빙교수, 장해성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장진성 서강대 강사, 김흥광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김성민 탈북자동지회장 등 9명이 참여했다. 그런데 왜 책 제목은 '10명의 엘리트'로 돼 있을까. 홍일점인 임윤미(신의주 차광수대학 박사원 졸업)씨는 "책을 읽는 독자가 바로 나머지 한 명의 집필진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감수를 맡은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학술서로서 북한체제의 미래 전망에 비중을 둔 건 참신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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