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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된 중동의 워런 버핏 매달 319억 '자유 값'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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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319억원.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부호로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자유를 얻는 대가로 정부에 약속한 돈이다.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AP=연합뉴스]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AP=연합뉴스]

영국 더타임스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리츠 칼튼 호텔에 갇혔던 알왈리드 왕자가 석방되면서 사우디 정부와 이같이 합의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신의 주식 배당금으로 매달 3000만 달러(약 319억 원)를 정부에 내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 배당금이 10년간만 지속돼도 36억달러(약 3조8000억 원)에 달한다.

투자회사 킹덤홀딩스 회장인 알왈리드는 지난해 11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숙청 바람'에 휩쓸려 자금세탁 혐의로 체포됐었다.

리츠 칼튼 호텔에서 구금된 이후 약 3개월간 조사를 받아 온 그는 지난 1월 석방됐지만, 그간 정부와 어떻게 합의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왔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사인 알왈리드 왕자를 구금한 데 대한 부담감에 어쩔 수 없이 석방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킹덤홀딩스가 성명을 내고 알왈리드가 자신의 보유 지분에 대한 현금 배당권을 포기했다고 밝힘에 따라 '합의금'이 있었음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알왈리드의 전체 자산은 170억 달러(약 18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킹덤홀딩스는 애플과 씨티은행, 트위터 등의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알왈리드 왕자는 1월에 석방된 후 인터뷰에서 '호텔에서 대우를 잘 받았다'고 말했었지만, 매우 수척해 보였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 그는 미국에 체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권을 장악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AP=연합뉴스]

실권을 장악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AP=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대대적으로 숙청을 감행한 빈살만 왕세자는, 부패를 근절하겠다며 알왈리드를 비롯한 왕족과 고위 관료, 사업가 수백 명을 체포한 바 있다. 이후 이들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 풀어주는 식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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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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