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비자금 창구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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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글로비스에 이어 현대오토넷이 현대차 그룹의 또 다른 비자금 창구로 지목받고 있다. 현대오토넷은 현대.기아차가 지분의 25%를, 글로비스가 6.73%의 지분을 소유한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다. 이 회사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어회로.내비게이션.오디오 등을 만든다. 지난해 매출은 8072억원, 순이익은 636억원.

현대차가 전장품 구매를 대폭 늘리고 있어 매년 매출 성장률이 20%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해 현대오토넷이 기아차에 오디오 등을 납품하는 본텍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과 지분 변동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독일의 전자회사인 지멘스와 컨소시엄(51대 49)을 구성해 예보가 보유한 현대오토넷 지분을 사들였다. 두 달 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본텍 지분 전부(30%.60만 주)를 540여억원에 지멘스에 팔았다. 같은 해 11월 현대오토넷은 본텍을 합병하는데, 당시 본텍의 주당 가치(액면가 5000원)를 23만3500원으로 평가했다.

현대오토넷 측은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아 본텍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했다고 했지만, 당시 본텍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는 성장성 높은 현대오토넷의 지분 6.73%를 취득하게 된다. 검찰은 이런 복잡한 지분 변동 과정을 현대오토넷이 독자적으로 처리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검찰이 현대오토넷의 전.현직 경영진은 물론 현대차의 기획총괄본부 임원까지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이유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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