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알파고 아버지 “인간의 상상력을 AI에 심는 연구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는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와 친분이 두터웠다. 이들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인공지능의 부작용을 막는 ‘AI 개발 준칙’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 허사비스 ]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는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와 친분이 두터웠다. 이들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인공지능의 부작용을 막는 ‘AI 개발 준칙’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 허사비스 ]

구글의 인공지능(AI) 자회사 딥마인드가 인간의 상상력과 비슷한 기능을 탑재해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 개발에 나섰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바둑에서 은퇴한 뒤 인간의 지식 기반으로 풀지 못한 각종 난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 인터뷰 #직관적 결정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 #벽돌 옮기기 게임에 적용하니 #목적 달성 위해 일부러 손해 보기도 #바둑·게임 등 한가지 기능 한계 넘어 #두루 잘하는 AI, 2년 내 성과 낼 것 #AI 윤리·법적 기준 만들 부서 신설

허사비스에 따르면 새 알고리즘(연산 절차)인 I2As(Imagination-augmented agent)를 적용하면 인공지능은 미래 결정에 도움이 되는 온갖 정보를 추출·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행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추론해 효율적인 결정을 내린다. 예컨대 I2As는 벽돌 옮기기 게임인 ‘소코반’에서 기존 인공지능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빨리 레벨을 올렸다. 기존 인공지능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벽돌을 옮기는 게 목표다. 그러나 I2As는 벽돌을 모서리에 두면 게임이 어려워지는 점을 우려해 멀리 있는 벽돌을 옮기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상상한 결과에 따라 현재의 선택이 손해를 보더라도 최종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행동하게 된다. 불완전하고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인간처럼 직관적으로 생각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인공지능의 첫 단계라는 게 허사비스의 설명이다.

허사비스는 “사람은 다음 단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상상을 통해 추론하는데, 이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준다”며 “이런 능력을 부여하는 게 인공지능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허사비스는 알파고의 의학 분야 첫 활용사례인 안과 질환 진단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의사들이 진단한 영상기록을 토대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안과 질환을 조기 진단해 실명을 예방한다”며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암연구소 등과 협업해 유방암 등 다른 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도 개발 중이며,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각종 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 이세돌 9단으로부터 알파고와의 대국에 쓰인 바둑판을 받는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 [중앙포토]

2016년 이세돌 9단으로부터 알파고와의 대국에 쓰인 바둑판을 받는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 [중앙포토]

허사비스는 바둑이나 게임만 잘하는 특화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처럼 여러 가지 일을 두루두루 수행하는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 만들어 낸 기보들을 배우지 않고 스스로 규칙을 학습한 알파고의 최신 버전 ‘알파고 제로’를 예로 들었다.

허사비스는 “알파고 제로는 백지상태에서 독학으로 바둑·체스·장기를 배워 실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음을 보여 줬다”며 “범용 인공지능이 의료·과학 등의 난제를 풀고 인류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알파고의 인력 대부분이 범용 인공지능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2년 내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고 10년 뒤면 이런 인공지능의 활용이 아주 일반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상용화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윤리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부과할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에 허사비스는 “세계적 인공지능 석학인 닉 보스트룀 옥스퍼드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와 함께 DMES(DeepMind Ethics and Society)라는 윤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며 “아무도 정확한 답은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으로 생길 수 있는 안전성, 오·남용 문제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사비스는 2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국에 대해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라며 “서울에서 바둑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당시 대국이 전 세계에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바둑계에서 은퇴한 것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에서 이 9단, 중국 우전에서 커제(柯潔) 9단과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기력이 정점에 달한 것을 확인했다”며 “알파고와 알파고가 뒀던 기보 50편 및 알파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둑계에 마지막 선물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파고 은퇴 이후 등장한 바둑 인공지능들이 우리의 연구 결과를 이용해 기력을 향상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 허사비스는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2’로 인간과의 대결을 준비 중이다. 그는 “현재 근본적인 게임 시스템 환경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