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국을 태평양시대 파트너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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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라고 소련과학 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귀국한 재미학자 방찬영 교수(경제학·샌프란시스코 대 아시아문제연구소장)는 말했다.
방 교수는 지난78년이래 12번째로 5월22일부터 9일간 소련을 방문, 소련공산당중앙위위원인「코바렌코」·「티타렌코」·「보리센코프」(모스크바당 제1서기)를 비롯, 20여명의 학자를 만나 한국문제 등과 관련, 의견을 나누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귀국길에 북경을 들렀던 방 교수와 소련의 개방개혁정책과 한·소관계 전망에 관한 회견내용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은?
『「고르바초프」는 21세기는 아시아가 군사·정치·경제의 세계적 중심이 될것으로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다. 특히 석유·석탄 등 부존자원이 많은 시베리아개발이 소련경제의 관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아시아국가로서 동북아지역 안보 및 평화에 기여함으로써 경제교류를 확대, 시베리아개발 및 소련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동북아에서의 평화가 소련경제 및 시베리아개발에 필수적이라고 보고있다.
그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에서 분쟁이 발생, 귀중한 자원 및 인력을 경제개발이 아닌 다른 분야에 투입하게 되는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소련의 대 한국관은 어떤 변화가 있는가.
『특히 언론의 보도자세가 크게 달라졌다. 소련언론은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에서 남북한 경제성장차이를 보도하는 것을 기피해왔다. 그러나 소련공산당 청년동맹 기관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는 지난달 22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실상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소개했다(중앙일보 6월14일 보도).
이 신문은 중국속담의 「원숭이처럼 눈·귀·코를 막고 보지도 듣지도, 냄새도 맡지 않는 식」으로 현실을 간과해서는 한국의 실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까지 지적했다.
소련의 지식인들도 소 언론의 이같은 대 한국시각의 변화에 맞추어 한국에 관해 상당히 자유스럽게 토론하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한·소 경제교류의 가능성은?
『한·소 경제교류는 소련측의 이해관계로 실현성이 높으며 소련의 경제적 잠재력으로 인해 교류가 구체화되면 규모나 속도에서 한·중공관계보다 훨씬 크고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은 아시아 국가로서 태평양시대를 준비하는데 한국을 빼놓을 수 없는 교역상대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중공을 제외하고는 북한과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외에는 사회주의 국가가 없다. 따라서 소련이 아시아에 진출하려면 한국등 대부분의 비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소련이 한국과의 경제교류를 해야할 이유는 대체로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소련은 대아시아교류에서 일본과의 교류강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소련은 대일 의존도를 낮추려는 교역 다변화정책에 따라 한국을 그 대체대상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둘째는 기술도입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가격이 싸게 먹힌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는 시베리아 개발은 한국경제가 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중진국으로서의 한국의 기술수준이 시베리아 개발에 적합하다는 것이 소련측의 생각이다.
소련은 이에 못지 않게 최근 한·중공의 관계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중공의 대 한국영향력 증대를 우려하고 있다. 즉 소련은 한국과의 관계·교류개선으로 21세기에 이르러 중공의 대한 영향력우세확보를 사전에 견제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련과 중공의 대한교류방안의 차이는 무엇인가.
『중공은 소련보다 10년이나 앞서 대외개방을 시행하고있으나 대한교류문제는 북경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북경정부는 대한교류 결정권을 각 지방성이나 국영회사에 이양하고 있다. 북한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 정부공식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시비를 피하고 있다.
즉 중공은 지방분권이란 현명한 방법을 채택하고있다.
그러나 소련은 개방정책초기라 아직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련도 앞으로 중공방식을 따라 지방분권제를 통해 대한교류를 본격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북방정책의 문제점은?
『한국은 중·소 관계개선 모색에서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는 제로 섬 게임을 포기해야할 것이다. 북한이 동북아정세에서 고립되는 것은 한반도안정에 저해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소련의 개방정책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국제사회 기류변화에 동참토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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