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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시진핑 두 차례 식사 … 리커창 등 총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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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셋째)이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셋째)이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 만 24시간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베푼 의전은 비공식 방문이었음에도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공한 ‘황제 의전’을 연상케 하는 ‘특급 의전’이었다. 북·중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의전 곳곳에 물씬 배어났다.

북·중 관계 복원 보여준 특급 의전 #서열 5위 왕후닝이 역 나가 영접 #국빈만찬 땐 왕치산 등 거물급 참석 #시진핑, 차량 앞까지 나와 배웅 #문 대통령 방중 홀대 논란과 대비

우선 시 주석이 정성을 쏟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화면엔 시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을 중국 측 참석 인사 쪽으로 직접 안내하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앞에서 김정은과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환영행사에선 김정은을 “위원장 동지”라고 부르며, 자신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과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연을 거론하기도 했다.

영접도 각별했다. 김정은이 탄 특별열차가 도착한 베이징역엔 중국 권력서열 5위인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이 영접을 나갔다. 또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은 25일 랴오닝성 단둥역까지 영접을 나갔고, 특별열차가 28일 단둥역을 떠날 때까지 김정은의 방중 전 일정을 수행했다는 것이 북한 노동신문의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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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대한 환대는 식사 대접에서도 확인된다. 김정은은 베이징 도착 첫날인 26일 공식 환영의식, 정상회담에 이어진 환영 만찬과 다음 날 오찬을 시 주석과 함께했다.

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호화로운 내부 장식으로 유명한 진써다팅(金色大廳)에서 열렸다. 진써다팅은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이 열린 곳이자 중국이 중요 행사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장소다.

시 주석 환대의 하이라이트는 27일 댜오위타이 국빈관 양위안자이(養源齋)에서 양국 정상 내외(시진핑·펑리위안, 김정은·이설주 부부)를 위해 마련된 ‘특별 오찬’이었다.

양위안자이는 1773년 건립된 건륭제의 별궁이다. 이 때문에 이날 양위안자이 오찬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제공한 자금성(紫禁城) 사적 만찬에 비유된다. 당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해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직접 안내했고, 청나라 건륭제의 화원인 건복궁(建福宮)에서 식사한 뒤 건륭제의 서재인 삼희당(三希堂)에서 차를 마셨다.

이날 양위안자이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김정은·이설주 부부는 중국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면서 오찬장으로 들어섰다. 시 주석은 오찬에서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북·중 전통 우의의 발전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는 1987년 당시 양국 최고지도자인 김일성과 덩샤오핑(鄧小平)의 만찬 장소였음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시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늘 중국을 찾아오길 환영하겠다”는 말도 했다.

시 주석 부부는 이날 김정은 부부가 댜오위타이를 떠날 때 차량 앞까지 나와 배웅했으며, 김정은·이설주 부부는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정상회담 배석자나 국빈만찬 참석자 면면도 다른 나라 정상급 경우와 구별됐다.

시진핑-김정은 회담에는 왕후닝 상무위원이 배석했고, 정치국원급도 3명이 참석했다. 딩쉐샹·양제츠 외에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장이 앉았다. 중앙위원급은 최근 전인대에서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왕이 외교부장,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배석했다.

특히 상무위원의 정상회담 배석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2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엔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배석했을 뿐 상무위원은 없었다. 이번 왕후닝 상무위원의 정상회담 배석은 향후 북·중 관계를 그가 주도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빈 만찬 참석자는 더욱 화려했다. 상무위원급으로 리커창 총리와 사실상 권력 2인자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메인 테이블에 앉았다. 만찬에는 정치국원급 이상만 1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김정은은 1박2일간 상무위원급으로 리커창·왕후닝·왕치산까지 만났다. 김일성·김정일의 방중 때 ‘톱 9인’(지금은 7명)인 상무위원이 총출동했던 것엔 못 미치지만 만 24시간의 짧은 일정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 상당한 배려를 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특별 의전은 ‘혼밥’ 논란에 휩싸였던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과 천양지차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귀환 뒤 중국이 내놓은 발표문의 남다른 길이도 눈길을 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발표문은 3700여 자에 이른다. 반면 문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 발표문은 1263자. 1월 중국-프랑스 회담은 1700여 자, 미·중 정상회담 발표는 2200여 자였다. 발표문 길이로 외교적 중시 여부를 암시하는 중국 외교 관례를 감안하면 중국은 북한→미국→한국 순으로 중시한다는 대외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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