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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악연 끊을 수 있을까, 노후 경유차의 ‘환골탈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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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정비사가 레저용 차량에 매연 저감장치를 달고 있다. 20㎏의 저감장치(점선)를 달면 경유에서 나온 매연과 질소산화물이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 [최정동 기자]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정비사가 레저용 차량에 매연 저감장치를 달고 있다. 20㎏의 저감장치(점선)를 달면 경유에서 나온 매연과 질소산화물이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 [최정동 기자]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자동차 공업사. 2004년에 생산된 국내 5인승 레저용 차량이 바닥을 드러낸 채 위로 올려졌다. 정비 전 차량 배기구에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 나왔다. 이 차량에는 은색 매연 저감장치가 부착될 예정이다.

노후차 → 클린카 변신 현장 가보니 #서울시, 매연 저감장치에 보조금 #소형 레저차는 본인부담 47만원 #친환경 등급 분류해 운행 규제 등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마련 부심

경유가 연소되면 저감장치에 부착된 필터를 통해 매연을 비롯한 질소산화물과 같은 유해물질이 걸러진다. 장영진 공업사 대표는 “유해물질은 다시 태워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깨끗한 기체가 마지막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위해 노후 경유차에 매연 저감장치를 다는데 보조금을 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형 레저용 차량의 경우 매연 저감장치 374만원 중 약 327만원(87%)을 지자체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차주 본인 부담은 47만원 수준이다. 시는 노후 경유차와 건설 기계 4만163대에 저감장치를 달아주거나 폐차하는 데 올해 100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노후 경유차 매연 저감장치 차량인지를 확인하거나 신청하려면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홈페이지(www.aea.or.kr)나 전화(1544-0907)로 문의하면 된다. 협회는 대상 차량을 확인한 뒤 저감장치 제품과 이를 달아줄 업체를 안내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권민 서울시 대기정책과장은 “서울 시내 자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37%는 교통 부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번 조치가 미세먼지 저감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감장치나 폐차에 응하지 않은 노후 경유차는 운행 중 단속 시스템에 적발되면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주요 도로 37개소에 운영하는 폐쇄회로TV(CCTV)에 찍히면 1회 경고, 2회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운행 제한 단속 대상은 현재 3만3000대로 추산된다.

올 상반기에는 전국 최초로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와 같이 전기차는 0등급,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하는 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등 가스 차량은 1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파리에서는 최하위 6등급 차량인 노후 디젤차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도심 진입이 금지된다”며 “친환경 등급제를 차량 2부제와 병행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규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경유차에서 나오는 디젤 입자는 발암물질인 데다 함께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 성분으로 빠르게 변한다”며 “도심 내부에서 경유차 배출가스는 더욱 인체에 해로워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등급제도 강화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20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해 가격도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국내도 환경 기준을 높여 장기 대책을 세워야 기업도 기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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