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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통행세 받은 韓하늘길… 국제항공協, 사고위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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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관제탑을 지나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공항 관제탑을 지나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우리 하늘인데도 중국과 일본이 관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아카라-후쿠에 항로'에 대해 항공 관련 세계 최대 민간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해 11월 위험성을 경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정 지점에 3개국 관제가 뒤섞이면서 유사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 지난해 보고서 #아카라 항로의 관제권 문제 지적 #동일 지점에서 여러국 관제 혼란 #항공기 급강하 시 사고 가능성 커 #항공업계 "현 상황 방치에 대한 비판" #국토부 "해결책 마련 협의 나설 것 "

 27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IATA는 지난해 11월 초 낸 '아카라 회랑의 항로 교차 현상'에 대한 보고서에서 "아카라 항로를 포함한 A593항로와 B576/Y711 항로, Y722 항로가 인천 FIR(비행정보구역) 내에서 수직으로 교차하는데도 관제권이 한 곳으로 통일되지 않고 한국과 일본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상하이~일본을 오가는 A593 항로는 1983년 개설됐으며, 당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중재로 A593 항로 중 우리나라의 인천 FIR에 포함된 지역의 관제권도 중국과 일본이 가져갔다. 우리가 관제권을 갖고 있는 B576/Y711 항로, Y722 항로가 A593 항로와 교차하는 곳은 일본이 관제권을 행사하는 지점이다. 이들 교차점에서는 특정 고도를 기준으로 우리와 일본의 관제권이 나누어 진다.

 이런 상황에 대해 IATA는 "항공기가 급작스럽게 하강을 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도를 기준으로 관제권이 나뉘는 상황에서 항공기가 ▶첨단고도 분할 장비 미장착 ▶기체 결함 ▶충돌 방지 ▶터뷸런스 ▶조종사 실수 등의 여러 이유로 급격한 하강을 해야 할 경우 관제권이 제때 이양되지 않고 뒤섞이면서 자칫 항공기 충돌 등 대형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아카라 항로 주변 관제권의 문제를 지적한 IATA 보고서. [IATA 홈페이지 캡쳐]

아카라 항로 주변 관제권의 문제를 지적한 IATA 보고서. [IATA 홈페이지 캡쳐]

 그러면서 IATA는 B576/Y711 항로와 Y722 항로로 매년 16만 9000편의 항공기가 운항하고, A593 항로도 12만 2000편이 다니는 등 83년 아카라 항로 개설 당시와 비교하면 교통량이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하게 늘었다고 적었다.

 IATA는 또 동일 지역에서 여러 관제기구가 따로 관제를 하는 건 ICAO가 정해 놓은 관제·안전 관련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ATA는 보고서에서 인천과 중국 상하이 관제소 간에 음성통신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정보 교류와 논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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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지난해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ICAO 산하 지역 기구 회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이 회의에서는 "아카라 항로 내에서 ICAO의 안전기준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ICAO가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IATA의 보고서는 사실상 왜 이런 위험을 방치하고 있느냐는 비판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제권 이양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교통과장은 "IATA의 지적을 알고 있고 우리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외교적으로 복잡한 사안이긴 하지만 일본, 중국, ICAO 등과 논의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용어사전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1945년에 항공운송 발전과 문제 연구, 국제항공 운송업자들의 협력을 위해 출범한 민간기구로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린다. 국제항공운임 결정과 항공기 양식통일 등의 활동을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130여 개국 280개 가량의 항공사가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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