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사랑한다 전해줘요" 러 화재 희생자들 휴대전화로 작별

중앙일보

입력 2018.03.27 12:19

“엄마에게 사랑했다고 전해주세요.”

러 쇼핑몰 화재 사망자 64명…영화 보던 어린이 다수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하다 안타까운 마지막 메시지
13세 소녀 “아마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안녕!”
경비원이 화재 경보기 끄고 탈출구도 막혀 있어

 11살 소녀 비크토리아 포찬키나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의 쇼핑몰 4층 영화관에서 어린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이 쇼핑몰에 불이 나 연기가 퍼지자 비상구를 향해 달려갔지만 열리지 않았다.

화재로 현재까지 6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러시아 시베리아 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헌화한 후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재로 현재까지 6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러시아 시베리아 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헌화한 후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포찬키나는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도움을 청했다. 통화가 연결됐던 이모는 “포찬키나가 '연기로 가득 차 있는데 빠져나올 수 없다'고 전화를 걸어왔길래 옷을 벗어 코와 입에 대고 숨을 쉬라고 했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꼭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며 울먹였다. 포찬키나는 휴대전화로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화마에 희생됐다.

 현재까지 6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케메로보 쇼핑몰 화재는 실종 신고자가 많아 수색 과정에서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조사 결과 쇼핑몰 사설 경비원이 화재를 알리는 경보장치를 꺼버렸고, 화재용 비상탈출구도 폐쇄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쇼핑몰 화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는 가족과 시민들. [AP=연합뉴스]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쇼핑몰 화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는 가족과 시민들. [AP=연합뉴스]

 어린이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던 영화관과 놀이시설 등에서 사망자가 많았다. 어린이를 비롯한 희생자들은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을 했지만 탈출이 어려워지자 가족들에게 안타까운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봄 방학을 맞아 인근 도시에서 한 학급 학생들이 단체로 쇼핑몰을 방문했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 중 6명이 숨졌는데, 그중 한 명인 빌레나 체르니코바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나 자신과 가족을 사랑한다"고 적었다.

러시아 시베리아 쇼핑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들이 촛불을 켜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시베리아 쇼핑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들이 촛불을 켜고 있다. [AP=연합뉴스}

 딸 세 명을 영화관에서 잃은 알렉산드르 부부는 “극장 안에서 딸들이 계속 전화를 걸어오자 어떻게든 빠져나오라고 소리쳤지만 불길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오열했다.

 영화를 보던 13세 소녀 마샤도 불길에 갇힌 채 부모와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마샤는 “주변이 온통 불타고 있다"고 전한 뒤 몇 분 후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했다. 마샤는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현지 온라인 뉴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어린이의 실수에 의한 방화나 전기 합선 등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러시아 시베리아 쇼핑몰 화재에선 영화를 보던 어린이 희생자가 많았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시베리아 쇼핑몰 화재에선 영화를 보던 어린이 희생자가 많았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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