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딥 스로트'는 누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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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부 제보자는 결국 현대차 그룹에 섭섭한 감정을 가진 채 떠난 고위 임원으로 좁혀진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영업담당 이사 한 명과 과.차장급 10여 명이 회사를 그만뒀으나, 회사의 일급 기밀을 알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고 회사 측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차 경영정보지원담당 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제보자는 회사의 재경 분야나 기획총괄 업무를 맡았다가 퇴직한 고위 임원으로 추정된다"며 "3, 4명이 의심받고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들어간 제보가 정확하고 그 내용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자 그룹 관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칼자루'를 쥔 검찰이 어디까지 파헤칠지 걱정도 많다. 최고위 임원 자리에 올라가도 총수의 의중에 따라 낙엽처럼 사라지는 현대차 그룹의 인사 관행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에 부사장급 이상 인사를 11차례나 했다. 등기이사로 선임된 최고경영자 급 인사도 5명이나 임기 전에 짐을 싸야 했다. 계열사 중 한 곳은 반년 동안 세 차례나 대표가 바뀌었다. 현대차 일부에서는 검찰이 제보자의 개인 비리를 잡고 이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수사 협조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태진.김승현 기자

◆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 1972년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5명의 괴한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체포돼 시작된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사용된 용어다. 사건을 파헤치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당시 닉슨 대통령의 관련 혐의를 제보한 인물을 '딥 스로트'('목구멍 깊숙이'란 뜻)로 부른 데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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