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청와대 '5자회동'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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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5자회동 다음날인 5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기류는 엇갈렸다.

일단 밝은 쪽은 한나라당이다. 의원들 사이엔 "회담을 수용한 모양새는 좋지 않았지만 야당 대표로서 할 말을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대화를 최병렬(崔秉烈)대표가 주도하면서 노사 문제.신당 문제.김두관(金斗官)행정자치부 장관 해임 문제 등을 놓고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공방을 벌인 데 대해 흡족해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金장관 해임건의안을 합심해 처리한 이후 홍사덕(洪思德)총무에 대한 당내 비판도 수그러들고 있어 崔대표 체제가 자연스레 안정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5자회동 후속 조치에도 한나라당은 선수를 치고 나섰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국가전략산업특위 구성에 합의한 만큼 오늘이라도 민주당 정책위의장.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특위 구성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丁世均)정책위의장이 전격 사퇴하는 바람에 논의가 이뤄지진 못했으나 崔대표는 "미래 기술 문제야말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합의 사항을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반면 청와대 분위기는 미묘하다. "崔대표가 당내 사정 때문에 큰소리만 치고 돌아갔다""회동 내용을 유리하게 흘렸다"는 불만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가 반사 이익을 노리고 대통령 공격만 잘하면 되는 것처럼 회동에 임하면 곤란하지 않으냐"며 "만나면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대화의 문고리를 잠그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盧대통령과 崔대표가 설전을 벌였음에도 청와대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기본적으로 자주 만나려 한다"고 했다.

崔대표도 만남엔 동의하고 있어 후속 회동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천호선(千皓宣)청와대 정무팀장은 "예산안이나 국정 과제와 관련한 3대 입법(지방분권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지방균형발전특별법) 문제가 쟁점이 되면 10월 중에도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청와대 측은 회동을 정례화하기보다 부정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5자회동을 마치면서 盧대통령은 "다음엔 정치적 의제보다는 정책적 의제를 다루자"고 말한 바 있다.

차후 회동시 의제에 대한 주도권은 청와대가 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盧대통령이 고심 중인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방향이 후속 회동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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