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 일본 땅" 속셈은 … 한국 애국심 자극 국제 분쟁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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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한국의 강한 반발을 유도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일본 정부의 조치에 한국이 대대적으로 맞대응할 경우 한국이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독도가'국제 분쟁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갈 수 있는 명분을 어떻게든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 때 독도 문제를 강조한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파동의 영향인지 이번 고교 교과서 검정에서 독도 관련 기술이 14개 교과서의 35곳으로 2001년 검정 때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문부과학성이나 정치권의 우익세력들은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헌법 개정이나 차기 총리를 뽑는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보수세력을 결집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파동 이후 독도에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국제사회에 일본의 부당성을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판단이다. 일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한국 정부가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표기)에 시설을 추가하고 유인도로 만들어도 국제법상 자국 영토임을 입증하는 요소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고교 교과서에 독도 문제를 야기하고도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30일 기자들의 질문에도 "(교과서 검정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다. 내가 말할 일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의 검정 방침은 총리 관저와 정부가 심사숙고한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 한국 정부 대응=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감정적으로 대응해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는 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 내 보수세력의 노림수에 이용될 수도 있다"며 "확고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추규호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냈다. 성명은 "일제가 과거 침략전쟁 시 강탈했던 적이 있는 독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함께 역사를 은폐.왜곡하고 미화하려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렀다. 반 장관은 오시마 대사에게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는 일본 정부의 어떤 조치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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