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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진실’…수감 전 대통령들의 강조 포인트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 태도는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전두환 전 대통령)
“시간 걸리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어”(박근혜 전 대통령)
“견디기 힘든 고통…나의 참모습 되찾길 기대”(이명박 전 대통령)

비슷한 듯 다른 전직들의 말 #MB 준비한 ‘입장문’ 페북에 올려 #박근혜, 탄핵 후 전직 대변인 대독 #전두환 “정치적 필요에 따른 수사” #노태우ㆍ노무현 포토라인서 심경밝혀

23일 이명박(17대) 전 대통령의 수감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잔혹사’에 한 페이지가 더해지게 됐다.
1945년 광복 이후 역대 대통령 중 4명이 비리 혐의로 수의를 입게 됐다.
이들은 구속 수감 전 어떤 입장을 밝혔을까. 입장을 낸 형식과 내용이 다양하다.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자필로 심정을 남겼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의 심경이 담긴 입장문. [중앙포토]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자필로 심정을 남겼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의 심경이 담긴 입장문. [중앙포토]

우선 이 전 대통령은 22일 법원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친필로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미리 작성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자인하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또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18대)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탄핵(3월10일)과 구속(3월31일)을 겪었다.
탄핵 3일 뒤 청와대에서 삼성동 집으로 돌아온 후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1995년 12월 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발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1995년 12월 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발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앞서 95년 검찰은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학살하고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전직 대통령 수사에 나섰다.
그해 12월 전두환(11~12대) 전 대통령에 내란 등의 혐의로 출석을 통보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직접  성명을 발표한 채 조사를 거부했다. 다음은 성명서 내용.

 “현재의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이미 종결된 사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더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후 그는 고향인 경남 합천에 내려갔지만 결국 구속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995년 11월 15일 오후 승요차편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도착, 청사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노태우 전 대통령이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995년 11월 15일 오후 승요차편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도착, 청사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 소환 당시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힌 전직 대통령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4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1995년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았다. 그는 대검찰청에 출두해 “한 말씀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가 거듭되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16시간 동안의 조사를 받은 후에는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2009년 4월 30일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오른쪽부터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다. [중앙포토]

2009년 4월 30일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오른쪽부터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다. [중앙포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년여 지난 2009년 4월 30일 검찰 소환에 응했다. 그는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으로 출발하기 전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0분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면목 없는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다음에 하시죠”라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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