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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청도 한재 미나리 … 향긋한 봄을 먹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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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북 청도군 청도읍 한재골은 매년 3월 초마다 분주해진다. 해발 932m 화악산 산길을 따라 이어지는 수천여 동의 미나리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쁘게 사람들이 오간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갓 딴 미나리를 다듬고 차가운 지하수에 씻어낸다. 바로 옆 식당에서는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봄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갓 씻은 싱싱한 한재 미나리에 삼겹살을 싸서 연푸른 봄의 향내를 음미한다. 매년 3~5월 봄철마다 한재골의 굽이진 1차선 도로가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꽉 막히는 이유다.

뛰어난 풍미에 삼겹살과 환상궁합 #관광객 한 해 1만 명 이상 다녀가

한재골에서 미나리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박혜정 탐복미나리가든 대표는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의 궁합을 맛보기 위한 손님들이 평일 평균 300명, 주말엔 600여 명이 찾는다. 미나리 향이 가득한 삼겹살은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경북 청도군 한재골에서 생산되는 한재 미나리. 봄철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중앙포토]

경북 청도군 한재골에서 생산되는 한재 미나리. 봄철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중앙포토]

미나리는 식욕을 북돋우는 독특한 향미를 지니고 있다. 비타민과 칼슘·철분 등 무기성분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수분도 높아 혈액을 맑게 해준다. 동의보감에서는 미나리가 장을 잘 통하게 하고, 황달·부인병·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미나리 중에서도 청도 한재골에서 생산되는 한재 미나리는 꽉 찬 속에 연한 질감과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어 인기다. 한재골은 청도군 청도읍에서도 초현리·음지리·평양리·상리 일대를 말한다. 남산과 화악산 등 4개 산 사이의 계곡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자연수를 이용해 미나리를 재배하기 때문에 미나리 줄기가 연하다. 수분 함량이 다른 미나리에 비해 3~4배 높아 질기지 않다. 거기다 재배기간 중 평균일조시간이 194시간으로 길어 줄기가 매우 길게 자란다.

속도 꽉 차 영양분도 가득하다. 한재 미나리의 칼슘과 철분의 함량은 100g당 각각 43.13㎎, 2.35㎎으로 다른 미나리에 비해 2~3배 높다. 2~5월 한재 미나리가 본격 출하될 때마다 미나리를 사거나 먹으러 오는 관광객이 한 해 평균 1만명이 넘는 이유다. 타 미나리와 한재 미나리를 구분하려면 줄기 하단을 보면 된다. 한재 미나리는 줄기 하단 부분이 연한 자줏빛을 띤다.

현재 130개 농가가 80만㎡에 연간 1080t을 생산해 97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최근에는 미나리 청·비누·샴푸·화장품 등으로 미나리 활용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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